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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8072324
· 쪽수 : 296쪽
· 출판일 : 2008-07-15
책 소개
책속에서
저 늙은이는 내가 태어났을 때 다른 사람의 이름을 그대로 붙여 줄 정도로 내게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왜 내가 시중을 들어야 한단 말인가? 코르넬리아는 원래 티튀스의 어머니가 낳은 두 딸의 이름이었으며 둘 다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었다. 딸의 이름은 할머니의 이름을 따서 붙이는 것이 관례이긴 하지만, 둘째 딸마저 죽었다면 그 이름에 붙어 있는 불운을 한 번쯤 생각해 봤어야 하는 것 아닌가. 42p.
그 순간 임종을 알리는 서교회의 종소리가 울린다. 빌어먹을 종소리! 이 세상에서 가장 다정하고 상냥했던 사람의 장례식에도 울리지 않던 종이 지금 울리고 있다. 그랬다, 종은 울리지 않았다. 아버지가 돈을 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온갖 창피와 멸시를 당하며 아버지와 같이 살았던 여인, 아버지가 그림을 팔 수 없을 때 대신 그림을 팔았던 여인, 우울증에 걸린 아버지를 달래주고, 그의 침대를 따스하게 덥혀주고, 그의 아들을 키웠던 여인, 그 여인을 위해 아버지는 돈을 마련하지 못했다. 아버지는 평생 그녀의 소원을 들어주지 않았고, 그녀를 즐겁게 해주지 않았으며, 그녀의 자식을 적출로 인정하지 않았다. 적어도 임종 때만큼은 종을 울리게 해주었어야 했다. 하지만 그러지 않았다. 아버지는 그러지 않았다. 내 어머니는 적막함 가운데 땅속에 묻혔다. 72-73p.
그 모든 세월 동안 그가 없었기 때문에 나는 고통을 받았다. 다음 끼니를 걱정할 필요가 없었는데, 누더기를 입을 필요가 없었는데, 부정한 관계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수치심에 버거워할 필요가 없었는데…. 나는 숨을 멈춘다. 하지만 어머니는 니콜라스와 결혼하지 않았으니 부정한 관계에서 태어난 건 매한가지다. 누구의 딸이건 그게 뭐가 중요한가? 267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