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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244646
· 쪽수 : 608쪽
· 출판일 : 2022-09-26
책 소개
목차
발간사 · 5
金芝娟 年譜 · 603
이승의 한 生·하나 | 김지연 · 11
닥터 할리 | 고중제 · 26
황 여사네 배밭 | 구영비 · 48
해후 | 김상희 · 70
해바라기 아이 | 김진영 · 87
미카엘 | 김채강 · 106
조우 | 김태정 · 126
우사단 약국 | 김현주 · 147
빠다 작업 | 낭 은 · 165
살계殺鷄 | 박 황 · 184
빌딩 갖기 | 유영근 · 205
야생마 타히 | 윤천석 · 227
오래된 밥 | 이태연 · 248
수피 | 이남산 · 269
배웅 | 이다경 · 288
무지개 숄 | 이수빈 · 310
엄마의 집 | 이월성 · 329
임플란트 춤추다 | 이채원 · 355
가면무도회 | 이혜미 · 376
신장실에서 있었던 일 | 임옥희 · 405
안라국, 대축제의 횃불 | 장덕영 · 426
푸른 옷소매 | 전현서 · 451
빛의 메모리 | 조순자 · 472
비만계층 지수 | 채수원 · 494
도로시의 시간여행 | 채은유 · 512
빛의 왈츠 | 최성진 · 533
딸국질 | 황이정 · 553
생존증후군 | 강수화 · 568
이승의 한 生·둘 | 김지연 · 591
저자소개
책속에서
해가 지려했다. 서녘 하늘이 발갛게 물들면서 그 빛살이 쪽마루까지 뻗쳐져 노인은 부신 듯 눈을 감는다. 서럽지도 않은데 눈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살았으모… 딱 백 살이겠구먼…”
초례청에서 혼례를 올린 적도 없고 부부연으로 몸을 섞은 일도 없고, 그냥 신랑의 불구부모를 평생 땅 일구어 보살피고 의지하며 장례까지 치룬 일밖에 없는데, 열여덟 살적, 벗겨놓고 재수 없다 소리치며 떠나버린 그 사내의 안부가 이렇듯 석양녘이면 어이없이 떠오른다.
“진작 죽었제… 살았겄어… . 그려, 사람이 다 갖출 수는 없제. 천지신명님이… 이리도 길게 내 명줄을 늘려주신 거는… 나를 종자 받는 밭으로… 만들어 주지 않았기 때문일 거여…”
노인은 태생 업둥이로 유년 소녀 청년적의 고달팠던 인생은 까마득한 옛이야기로 남아 감정의 일렁임은 없었지만, 그 신랑이라는 사내만 떠올리면 심장 께가 컹컹 요동을 쳤다. 사내가 죽었다는 소식은 아직 없었으니 감나무가지의 까치 울음소리에도 예민해지는, 아흔다섯 동정녀童貞女 노인은 이날도 혼자 볼을 붉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