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

돌아오는 길에 국화를 한 다발 샀다. 그녀는 꽃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그리고 그중에서도 국화를 유독 선호하고 있었다. 원래 국화라는 녀석에게는 항상 벌레들이 들끓는다. 화려하지 않은 꽃임에도 벌이며 나비, 심지어 파리 떼들까지도 별로 달지도 않은 꿀을 먹기 위해 몰려들었고, 줄기에는 수많은 진드기와 그들과 공생하는 여러 종류의 벌레들이 들끓었다. 이놈 저놈에게 자신의 몸뚱이를 맡기는 것이 꼭 그녀를 닮아있었다.
그녀는 국화의 습성을 잘 알고 있었기에 국화를 더욱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그러나 내가 그녀를 위해 국화를 준비한 것은 그녀의 선호도를 고려한 배려는 아니었다. 며칠 후에 그녀가 겪게 될 엄청난 일에 대비하여 국화의 정신을 잃지 말아달라는 당부의 뜻에서 보내는 것이다. 별도 달지는 않지만 순순히 자신의 꿀물을 다른 벌레들에게 내어주라는 뜻에서 보내는 것이다. 국화처럼 아무런 불만을 가지지 말고 헌납하라는 뜻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