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꾸로 서 있는 도시

제1부
고리가 풀리다
재회
물결
길을 가는 그대에게
작은 것들이 더 강하다
칠년 동안 시들지 않는 꽃 한 송이 들고
손바닥 뒤편
포물선
공은 지워지지 않고, 나는 지워지고
갓끈 하나 놓지 못하고 있다
빈 방
시린 발자국 소리
바람 곁에서
걸어다니는 나무
숨어 있는 곳이 강물만은 아니다
그 남자의 방
종이학


제2부
기다리는 마음
거꾸로 서 있는 도시
너무 쉽게 잊지 마세요
이유
창문을 열면
알고 있어요
소리의 퇴적층
당신의 비탈
낮은 목소리
아랫목
어쩌자는 것인가
막차
꽃들의 궐기
고추잠자리
감자
가족의 뜰
아버지와 아들의 강
즐거운 포로
빈 방이 멀어져가고 있다


제3부
한 세기 전에 떨어뜨렸던 기억을
안개
초대
황소
지금 그의 시선 머무는 곳
태양의 땀방울이 나비가 되는 것을
갈참나무 둥치에서는
그리고 아무 일도 없다
사소한 변명
빨래터에 가면
지도를 펼 수 없다
떠오르는 섬
저 꽃이 어찌하여 이 낯선 계절에
전원에서
지구를 걱정하는 은하
고장난 무지개
높은음자리
그의 손이 뜨거운 뜻은
푸른 강
아하 그렇군요


제4부
선물
맨얼굴을 보다
어느 겨를에 알아채고
4월이 오면
하늘을 돌려보내다
아직도 그곳에는 용 한 마리가
히트상품
꽃창포 있는 풍경화
검은 새알, 흰 새알
총소리의 그늘
꿈은 하늘을 나는 속성이다
오수
고향은 자주 타향을 향해 떠난다
천국의 계단을 끌어당기다
녹슨 무관심에 햇빛 소나기
설조
높은 곳의 목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