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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종교/역학 > 기독교(개신교) > 기독교 인물
· ISBN : 9788958743910
· 쪽수 : 272쪽
· 출판일 : 2023-08-20
책 소개
목차
서문_ 토플 선생을 생각한다 _김인권 015
한국의 독자들에게 _ 스탠리 C. 토플 018
1장 하나님은 위대한 조정자
출발 027
위대한 유산 029
헌신 033
하나님은 위대한 조정자 037
2장 가시철망으로 둘린 에덴동산
청결함은 거룩함 옆에 045
사랑의 동산이 열리고 050
오직 하나님만이 056
수술대 위의 죽음 060
수영 시합 067
아름다운 숙녀 미아 073
3장 아버지라 불린 의사
기적의 약 086
모범마을의 탄생 093
인도 쉐프린 나병연구소 101
나병은 낫습니다 106
이름 없는 영웅들 111
4장 인간의 꿈을 넘어선 하나님의 목적
새 병원은 하얀 코끼리 125
하나님의 목적이 우리 꿈을 넘어 129
모두가 신앙의 증인들 132
행복합니까? 137
여긴 우리 병원이여 141
두 번째 안식년 146
5장 도깍쟁이 우리 원장님
내 이름은 철퍽이 158
“괜찮아. 사람은 다 똑같단다” 163
도깍쟁이 우리 원장님 168
싸구려를 쓸 순 없습니다 173
믿을 수 없는 말, “이 병은 축복입니다” 180
6장 우리가 맡은 최선의 역할
밭 갈던 소도 멈춰 서다 191
네 명의 소녀로 시작한 학교 195
“우리가 얼마나 훌륭한 의사와 함께 있는지” 202
쌀 한 가마니 값의 자립 207
이제 넘길 때가 되었습니다 212
이상적인 의사의 모습이 살아 있는 곳 217
7장 당신은 왕으로 대접했습니다
나는 종으로 왔으나 당신은 왕으로 대접했습니다 229
아프리카를 향하여 233
두 번째 사역지 키쿠유 병원 240
몇 번이라도 다시 오겠습니다 246
에필로그 250
감사의 글 _이기섭 259
연표 261
인명 색인 263
미주 265
참고문헌 270
저자소개
책속에서
푸른 눈의 서양 의사가 그를 맞이했다. 일종의 면접인 셈이었다. 다른 의사들은 장갑을 끼고 온몸을 가리는 위생복을 입고, 되도록 환자와 멀리 떨어져 진찰하기 위해 튜브가 긴 청진기를 쓰는데, 그는 놀랍게도 맨손이었다. 그 의사가 진찰을 마치고 물었다.
“예수 믿으십니까?”
난데없는 질문에 사내는 눈을 껌벅거렸다. 사내는 예수를 몰랐다. 그러나 애양원에는 꼭 들어가야 했다.
“예…… 여기 오면 한번 믿어 보겄십니더.”
그의 솔직함에 의사는 웃으면서 손을 내밀었다.
“참 반갑습니다. 예수 믿으면 좋습니다.”
그렇게 사내는 사방이 철조망으로 둘러싸인 애양원의 삼중 문 안으로 들어섰다. 세상 사람들이 수용소라고 부르는 곳의 입구였지만 나병 환자들에겐 천국으로 들어가는 문이었다. 더 이상 한뎃잠을 자며 굶주림과 추위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다. 무엇보다 사람들의 멸시와 돌팔매를 피할 수 있었다. 사내의 등 뒤로 문이 닫혔다. 그는 돌아보지 않았다.
고등학교 3학년 때 그는 부모님에게 편지를 썼다.
“제가 선교사로 부르심을 받았습니다. 그분의 명령에 순종할 것입니다.”
자녀가 해외 선교사가 되겠다고 할 때 보통 부모들은 반대하거나 낙심하지만 스탠리의 가족은 달랐다. 할아버지와 할머니,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진심으로 기뻐하며 그의 선택을 지지해주었다.
스탠리는 의학을 공부해 중국 선교사가 될 마음을 먹었다. 허드슨 테일러의 자서전 『영적 비밀』(Spiritual Secret)을 읽고 감명을 받았기 때문이었다. 또 한 가지 결정적인 이유가 있었다. 열다섯 살 여름에 중국인 요리사들 밑에서 감자를 깎고 냄비 닦는 일을 한 적이 있었다. 요리사들은 자주 술을 마시고 다투다가 서로 칼을 휘두르기도 했다. 하나님을 몰랐던 그들은 스탠리에게 인간적으로 친절했지만 영적으로는 너무나 어두웠다. 믿음의 길로 인도할 수만 있다면 그들의 삶이 얼마나 달라질까? 스탠리는 그들 같은 중국인들에게 복음을 전하고 싶은 마음이 커졌다.
여자가 이 병에 걸리면 세상은 더욱 가혹했다. 거리에 나가 구걸하기도 어려웠다. 어린애들까지 꼬챙이로 찌르고 괴롭혔다. 살려면 소록도나 애양원으로 가는 수밖에 없었다. 은순은 가족이 모두 잠든 사이 몰래 집을 빠져나왔다. 새벽 첫 기차를 타고 애양원을 향해 여수 신풍역까지 가면서 혹여 아는 사람이라도 만날까 봐 옷가지를 싼 작은 보따리에 얼굴을 파묻었다.
“은순이 아녀? 샛바람부터 어딜 가능가?”
기차로 통근하는 동네 사람이었다. 은순은 당황했다. ‘병에 걸려 도망치듯 가고 있단 걸 알기라도 하면 어쩌나?’ 태연한 척 가만히 앉아 있기엔 두려움이 컸다. 기차가 멈추는 다음 역에서 허겁지겁 내렸다. 신풍역 전 덕양역이었다. 새벽이슬을 맞으며 애양원으로 걸어가는 동안, 그녀는 한 걸음 한 걸음에 지옥을 오갔다.
‘철길로 뛰어내릴까…… 나무에 목을 맬까…….’
군대에 가 있는 남편과는 정을 떼야 했다. 그에게는 소식도 전하지 않을 결심이었다. 그녀는 평생 흘릴 눈물을 길 위에 다 쏟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