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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831051
· 쪽수 : 252쪽
· 출판일 : 2012-10-31
책 소개
목차
純
이쁘다
현상금 300만원
김진욱 할아버지의 진부한 인생
My Cherie Amour 2010년 8월 10일
情
순정동화
이름 모를 초원의 치타: 만능해결사 나비
HongKong Office, Prologue
곰순이를 찾아서
지훈이가 날 부른다
My Cherie Amour 도하에게
저자소개
책속에서
나이 들어 옛사랑을 그리워하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는가 봐. 한번 서로를 택했던 사이인 만큼 다시 정 주기는 수월하고, 육체야 한창때보다 볼품없더라도 생판 남한테 삭은 몸 보여주기보단 덜 수줍지. 내게도 옛사랑은 잊을 만하면 생각나고 잊을 만하면 또 생각나는 담배 같아. 지금 내 변명을 하자는 건 아니고. 당신이 남달라 보였던 점은 이거였어. 애정표현에 거리낌이 없었다는 거. 나보고 매력적이라나 카리스마 있다나 말도 안 되는 소리에다, 만난 지 얼마나 됐다고 무턱대고 ‘오빠 사랑해요.’ 같은 사랑 고백에……. 남자는 무작정 나 좋다고 덤비는 여자는 싫어하거든? 당신도 아는 얘기니까 까놓고 말해 볼게. 당신이 귀엽길 해, 예쁘길 해? 그저 수수한 외모인 것뿐이잖아? 솔직히 남자는 보는 것에 욕구를 느껴. ‘너를 보면 떨려.’ 하는 말이 바로 그 뜻이야. 일단 외적으로 호감이 가는 여자가 대화도 잘 통하고 착착 내게 엉길 때 아, 이제 사랑이 시작되는가 보다 싶은 거야. 그렇게 내 안에 품고 심혈을 기울여 여자의 마음을 얻고 결국엔 몸까지 가지면서 성취감을 느끼지. 술집 여자랑 자면서 성취감 느끼는 남자는 없어. 솔직히 당신을 안았을 때도…… 그런 느낌 없었어.
― ‘이쁘다’ 중에서
천둥번개가 치는 밤이다.
오롯이 서 있지만 미세하게 흔들리는 촛불. 제 한 몸 태워 빛을 내며 자신은 타들어가는 아픔을 삼켰을 촛불. 엘튼 존이 다이애나 비를 추모하며 불렀던 노래
― ‘현상금 300만원’ 중에서
퇴근길, 오랜만에 한강 다리 위를 거닐어본다. 이제는 전망대 카페도 생긴 동작대교. 카페에서 파는 팥빙수 한 그릇에 만 원이 넘는다고 점심을 함께 먹던 여직원이 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커피 값이 평균 육천 원이라 빙수 한 그릇을 둘이 나눠먹는 게 낫다고 했던가. 그 얘길 들으며 나도 모르게 한숨을 깊게 쉬었나 보다. 사장님, 팥빙수 드시고 싶으세요? 이따 사다드릴게요. 여직원이 웃으며 날 놀렸었는데. 전망대처럼 멋진 곳은 일생 못 가봤고 앞으로도 갈 일이 과연 있을까만, 이 다리 위에는 자주 섰었다. 뛰어내릴 용기는 없었고 설사 죽는다 해도 그 방법은 나와 어울리지 않았다. 덜커덩거리며 4호선 열차가 지나갈 때 소리나 내질러본 게 전부.
― ‘김진욱 할아버지의 진부한 인생’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