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883111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5-01-15
책 소개
목차
1부
키요미즈 무대에서
2부
로비 윌리암스. MTV. 인터뷰 中
저자소개
책속에서
‘키요미즈테라’에 처음 방문한 날, 태원의 눈에 기모노 차림을 한 게이샤가 절의 본당 난간에 올라가 서 있는 모습이 들어왔다. (중략) 빨간 기모노에 겹쳐진 황금색 오비는 천사의 날개처럼 반짝였다. 전설 속 새 한 마리를 보는 듯했다.
“키요미즈 무대에서 뛰어내릴 각오로.”
구경꾼조차 없던 텅 빈 마루를 가로질러 게이샤를 향해 다가가며 태원은 작은 소리의 한국말로 중얼거렸다.
형, 말로 다 할 수 없는 게 있더라. 차마 입 밖으로 내뱉을 수 없는 이야기가 있더라. 아무 잘못 없는 형을 괴롭히고 이유도 모르는 형을 불쾌하게 하고 말꼬리를 잡고 빈정대고 비꼬고, 이러다가 말겠지. 나 이러다가 말 거 같아. 진짜는 말 못해. 진짜 이유는 도저히 말 못해. 아……나는 못해 형. 부정하고 싶어. 아직은, 아니 영원히 부정하고 싶어. 내가 내 입으로 기정사실로 만들기가 두려워. 이건 사실이 아냐. 아니어야 해. 이런 일은 있을 수가 없어……원래 난 머저리잖아. 내가 하는 짓이 다 이렇지.
어쩐지 이상했어. 내 삶이 잘 풀리는 게 뭔가 이상하다 싶었어. 언젠가부터는 행운의 눈덩이가 혼자 설산을 굴러 내려가며 알아서 덩치를 불리는 기분이었지. 거저 가진 행운. 그 절정이 바로 너였어.
이 아빠가 얼마나 불안했는지 아니? 막 태어난 널 안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선명해. 숨이 멎도록 벅찬 그 기쁨.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늘 불안하고 공허했던 삶이 하루아침에 바뀌는 그 날의 기분 잊을 수가 없다. 신이 실재함을, 내 삶에 있음을 믿게 되었다. 너로 인해. 그래, 너는 신의 존재를 증명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