짬뽕

작가 서문

짝, 짝, 짝 짝짓기
아주 공갈 염소똥
기록파를 아시나요
밭에서 힘쓰는 놈
호수공원 이야기
너희가 만원의 가치를 아느냐
꼭 한 번
오리발에 대하여
딱절벌레 신의 저주
어둠 속에서 웃는 사람들
그는 면죄부를 받았다
비뚤게, 비뚤게
라이벌
메뉴를 바꾸면 되지
머리에 검은 봉지를 쓰고
계급보다 높은 것
백발청춘 관찰일지
눈 내리는 밤
순도 백 퍼센트의 진실
장미문방구를 추억함

순간, 나는 더욱 놀라운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그녀의 동작을 훔쳐보고 있는 도둑놈들이 한둘이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한 떄문이었습니다. 늙은 도둑놈, 젊은 도둑놈, 애 도둑놈 할 것 없이 은근히 안 보는 척하며, 아주 눈으로 빨아들일 듯 여자를 훔쳐보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전거 체인을 손보는 척하며 훔쳐보는 놈, 운동화 끈을 매는 척하며 훔쳐보는 놈, 팔굽혀펴기를 하며 훔쳐보는 놈, 이온음료수를 마시는 척하며 훔쳐보는 놈, 벤치에 죽치고 앉아 노골적으로 훔쳐보는 놈... 후, 정말 가관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녀는 이미 그런 일에 이력이 난 듯 초연한 자세로 자신의 동작에만 몰입했습니다.

... 앉으나서나 자나깨나 나의 뇌리에는 오직 그녀 생각뿐이었습니다. 나는 그것이 심각한 상사병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이성적으로 제어되거나 통제할 수 있는 종류가 아니라는 것도 또한 알고 있었습니다. 내 잘못이 아니라 그녀 잘못이었습니다. 나뿐 아니라 오전 열 시만 기다리고 사는 숱한 상사병자들이 엄연한 증거였습니다. 그녀를 한 번이라도 본 적이 있는 사내들이여, 내 말이 거짓이라고 부정할 수 있겠는가. - '호수공원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