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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근현대사 > 한국전쟁 이후~현재
· ISBN : 9788959062638
· 쪽수 : 280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우리는 왜 냉면에 빠지는 것일까 - 005
1. 한국인과 냉면
냉면이란 무엇일까 - 017
한국인이 사랑하는 냉면 - 020
우리는 왜 메밀 면을 먹었을까 - 026
언제부터 냉면을 먹었을까 - 034
메밀에서 국수까지 - 043
냉면은 반가의 음식? - 053
냉면, 양반에서 서민으로 - 057
고종은 냉면 마니아 - 064
냉면, 문학에 등장하다 - 070
2. 냉면, 역사의 한가운데
냉장고의 발명과 여름냉면 - 079
무쇠 제면기의 등장 - 085
냉면 배달부가 간다 - 091
냉면을 어떻게 배달시켰을까 - 106
발대꾼, 앞잡이, 고명꾼 - 109
아지노모토와 냉면 - 112
백범 김구와 냉면 - 121
남북회담과 함께한 냉면 - 125
3. 평양냉면의 모든 것
평양냉면은 여름 음식일까? - 133
평양냉면의 묘미, 육수 - 139
거냉, 민자, 엎어말이 - 144
평양냉면, 제대로 먹자 - 149
평양냉면의 산증인을 찾아서 - 153
평양냉면 vs 경성냉면 - 160
평양냉면 vs 해주냉면 - 167
달걀과 겨자, 식초의 비밀 - 170
4. 더 쫄깃하게, 더 시원하게
함흥에는 함흥냉면이 없다? - 177
함흥냉면의 원조를 찾아서 - 183
속초에서 맛보는 함흥냉면 - 191
밀면은 과연 냉면일까 - 194
부산의 명물이 된 밀면 - 199
숨겨진 냉면 메카, 백령도 - 205
남도의 맛, 진주냉면 - 211
진주 기생과 냉면 - 217
냉면 vs 막국수 - 222
5. 팔도 냉면 유랑기
우래옥 - 229
평양면옥 - 233
을지면옥 - 237
남포면옥 - 240
봉피양 - 243
을밀대 - 246
강서면옥 - 250
경인면옥 - 253
강산면옥 - 257
함흥냉면 - 260
곰보냉면 - 263
내호냉면 - 266
하연옥 - 269
사곶냉면 - 273
리뷰
책속에서
냉면을 만들려면 먼저 수확한 통 메밀의 겉껍질을 벗겨야 한다. 이때 사용하는 것이 맷돌이다. 지금은 전기를 사용하기 때문에 쉽고 빠르게 겉껍질을 벗겨낼 수 있지만, 조선 시대 때 사용한 맷돌은 오래 시간 힘과 정성을 들여야 했다. 하지만, 맷돌은 껍질을 분쇄할 때 열이 나지 않기 때문에 메밀의 향과 맛을 살리는 데 가장 이상적인 도구라고 한다.
맷돌로 겉껍질을 벗길 때는 한 번에 말끔하게 벗길 수 없다. 대여섯 번, 여러 차례 같은 과정을 반복해야 비로소 겉껍질이 벗겨진 메밀가루를 얻을 수 있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도 듬성듬성 거무스름한 겉껍질이 남으므로 고운체로 쳐서 남은 겉껍질과 메밀가루를 분리해야 한다.
점성이 별로 없어 잘 뭉쳐지지 않는 메밀가루는 뜨거운 물로 익반죽해야 한다. 또, 한꺼번에 반죽을 해두는 것이 아니라 먹을 때마다 바로 즉석에서 반죽해야 은은한 메밀의 향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메밀 반죽은 웬만큼 큰 덩치의 장정이 아니면 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힘이 든다. 뜨거운 물을 붓고 온몸에 힘을 실어 한 시간 정도 주물러야 비로소 반죽에 찰기가 생긴다.
드디어 본격적으로 메밀 면을 뽑을 시간. 가마솥이 걸려 있는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나무 분틀을 솥 위에 올린다. 물이 끓기 시작하면 메밀 반죽을 분틀 안에 넣고 눌러야 하는데, 이 또한 보통 힘이 필요한 게 아니다. 여자들은 엄두도 못 내고 덩치 좋은 장정 두세 명이 붙어 눌러야 겨우 한 올 한 올 메밀국수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래서인지 옛말에 냉면은 할아버지, 아들, 손자까지 남자 3대가 있어야 먹을 수 있는 귀한 음식이라고 했다.
- <메밀에서 국수까지> 중에서
일제강점기, 동경제국대학의 화학자 이케다 기쿠나에는 사람들의 입맛을 돋울 새로운 맛을 찾으려고 노력했다. 맛의 기본인 단맛, 짠맛, 쓴맛, 신맛이 아닌 뭔가 알 수 없지만 맛있는 맛. 그것은 일본인들이 즐겨 먹는 다시마 육수에 가쓰오부시와 멸치 국물, 고기 국물, 표고버섯과 간장 등이 합쳐져서 나오는 독특한 풍미였다. 이후 일본의 한 제약 회사에서 이케다 교수의 글루탐산 추출 특허권을 사들여 1909년부터 화학조미료를 만들어냈다. 제약회사는 이 MSG에 ‘맛의 정수’라는 뜻의 아지노모토味の素라는 상품명을 붙였고 이것이 바로 우리 귀에 익숙한 ‘미원’의 일본 이름이다. 이로써 1909년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합성 조미료, 아지노모토가 시판되었다.
아지노모토의 당시 가격은 특대 크기가 9원, 대 크기가 4원 60전, 중 크기가 2원 40전, 소 크기가 1원 30전이었다. 1923년 쌀 한 되 가격이 33~35전, 1930년대 맥주 한 병의 소매가가 35~40전, 1930년대 월급쟁이의 평균 월급이 30원이었음을 감안한다면 매우 비싼 가격에 해당한다.
하지만 아지노모토사는 조선 사람들의 생활양식을 깊이 연구해서 아지노모토를 쓰면 적합할 음식까지 연구했다. 그들은 한국 사람들은 국물을 좋아한다는 것에서 착안해 대대적인 공략 음식으로 냉면을 선택했다. 그런데, 당시 냉면 가게 주인들도 이 신비한 가루를 마다하지 않았다.
냉면 육수는 고기 국물이나 동치미 국물을 쓰는데, 여름철에는 뜨거운 주방 안에서 고기 국물을 내기도 힘들뿐더러 내더라도 금방 상한다. 동치미 국물 역시 동치미 무가 없는 여름철에는 만들기와 보관하기가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가루를 뿌리기만 하면 애써 고생해 만든 냉면 육수와 비슷한 맛을 내니 냉면집 주인들은 당연히 아지노모토를 환영했다. 이 때문에 당시에는 꽤 비싼 가격이지만 육수 뽑는 인력과 시간, 번거로운 절차를 줄여주는 아지노모토를 육수에 넣는 냉면 가게가 속속 생겨났다.
- <아지노모토와 냉면>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