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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9135295
· 쪽수 : 348쪽
책 소개
목차
우리 딸기
출발
암흑
50년
확신
뻐꾸기 울음소리
다시 눈물의 동굴로
공격
4주 반
2개의 목록
수지
마침내 찾아온 평화
편지
콩콩이
우리의 보금자리
모닝콜
심각해지다
율리우스 펠릭스!
별아기
공허함
마지막 준비
땅속으로
퍼즐 조각
산 너머로
애도 작업과 책 한 권
감사의 말
한국 독자들에게 보내는 글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제 견해로는 모든 요소가 임신 중절을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비슷한 처지의 분들은 대부분 그런 선택을 하지요…….”
순간 교수의 이 한마디가 딱딱하게 마비되었던 나를 확 깨웠다. 낙태라고? 내 아기를? 우리가 그토록 열망하던 아기의 삶이 벌써 끝나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 본격적으로 시작조차 안 된 지금? 마치 화산에서 용암이 분출하듯 내면의 반항심이 마구 솟구쳐 올랐다.
“앞으로 어떻게 할지는 우리가 알아서 결정할게요.”
- <우리 딸기> 중에서
진단을 받고 극도로 좌절한 상태에서 우리가 어떻게 그 어슴푸레한 휴게실을 빠져나왔는지 더 이상 기억나지 않는다. 너무 운 탓에 눈이 얼얼하게 아팠고 온몸이 기진맥진했다. 오로지 숨고, 눕고, 자고만 싶을 뿐이었다. 병원에서 어떻게 나올 수 있었는지, 그 현대식 건물의 대리석과 강철, 그리고 유리를 벗어나 어떻게 거리로 나왔는지 모르겠다. 그때 엘리베이터 앞에 단란하게 서 있던 한 가족을 지나쳤다. 불룩한 배의 엄마, 엄마 곁의 아빠, 두 사람의 손을 꼭 잡고 있던 아이. 그들은 우리를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굽어 있고, 눈물로 뒤범벅된, 어쩌면 처참하게 보였던 우리의 모습을 말이다. 검진 결과 및 의학적 사실 너머의 세상으로 우리가 어떻게 길을 찾았는지 모르겠다. 정말 모르겠다. 지금 와서 되돌아보면 우리가 해냈다는 사실 자체가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그럴 리 없어.
내 머릿속에는 오직 이 한마디뿐이었다.
그럴 리 없어!
- <암흑> 중에서
그러나 이번 결정은 달랐다. 이번에는 집 한 채가 아니라 삶이 걸린 문제였다. 2년이 아니라 50년,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이 걸린 문제였다. 이번에 우리는 절대로 한순간에 결정할 수 없었다. 하룻밤을 자고 나서도 결정할 수 없었다. 우리는 결정에 앞서 우선 병에 대해 공부해야만 했다. 아직은 생소한 아기를 알아야만 했다. 내면의 절벽을 여행해야만 했다. 생각이 최대한 도달할 수 있는 범위, 확신의 어둡고 밝은 면들, 신앙의 굴곡을 거쳐야만 했다. 심리 상담가와의 첫 만남에서 우리 앞에는 길고 고되며 또한 고통스러운 선택이 놓여 있다는 것이 분명해졌다. 그러나 선택으로 향하는 그 길이 실제로 얼마나 괴로울지는 불분명했다. 그리고 우리가 4주 반 동안이나 이 여행을 하게 될 줄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 <50년>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