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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9139125
· 쪽수 : 556쪽
책 소개
목차
사물 필기_ 수력발전소
인물 소묘_ 청퉈
제4권 황무지
사물 필기_ 탈곡기
인물 소묘_ 라마 단바
책속에서
바로 그 순간, 소박하고 말주변 없는 이 친구가 책의 마법에 걸렸다. 책은 자신의 운명을 이미 감지하고 있었다. 책은 재난이 닥칠 것을 알게 되면 자신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지체 없이 사람에게 마법을 걸었다. 때로는 이 마법을 받아들일 사람을 고를 시간이 있었지만, 때로는 그런 것도 생각할 겨를이 전혀 없었다. 이 시대에는 책이 불타는 재난이 너무나 거세게 일었다. 책을 태운 사람들은 다름 아닌 지식인들이었다. 이렇게 되자 큰 재난에 부닥친 책들은 마법을 걸면서 대상을 선택할 겨를이 없었다. 바로 이런 시기에 오로지 다서만이 도서관 문 앞에 나타났다.
일행은 언덕 꼭대기로 올라갔다. 과연 늑대가 쓰러져 있어야 할 자리에 늑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햇빛이 언덕 위의 풀과 꽃, 잡목들을 비췄다. 그들은 자신들이 서 있는 곳이 자연적인 언덕이 아니라 인공적으로 조성된 거대한 폐허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 발밑에는 가지런한 바위와 가지런하지 않은 바위가 가득했고, 바위 위에는 이끼와 풀이 무성했다. 바위들 사이로 구불구불한 자태를 드러낸 나무는 이삼백 년은 더 된 것 같았다.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된 것인지도 몰랐다. 이제 이 젊은이들은 옛 노래에서 묘사한 고대 왕국이 정말로 존재했다는 사실을 믿게 됐다. 더욱 중요한 것은 이 높고 큰 폐허에 서 있는 그들의 마음속에 문득 알 수 없는 두려움이 느껴졌다는 점이다. 햇빛이 가려진 깊은 나무 그늘 속에 정말로 요원하고 어렴풋한 그림자가 소리 없이 움직이고 있는 것 같았다. 폐허 아래쪽으로 내려가자 바위가 하나 보였다. 풀도 나무도 자라지 않은 깨끗한 바위에는 늑대 한 마리가 새겨져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