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땅에서 내 농사를

시작하며

상골에서 살기 전
상골 살이, 소작을 지으며
북선의 일관
결혼, 일본행
해방 직후, 인공
내 땅에서 내 농사를
돌이켜 보면
이야기를 끝내며
뱀의 발을 그리다

요즈음이야 다 기계로 농사를 짓지만 옛날에는 소가 무엇보다도 큰 노동력이었다. 아버지는 요즘 소는 '팔자가 좋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아버지를 포함한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소는 단순한 노동력 이상의 의미가 있었다. 소는 시골 사람들에게 있어서 가장 확실한 투자 대상이었다. 아버지도 당신이 농사짓는 데 필요한 이상으로 소를 여러 마리 마련하여 주위 사람들에게 멧소로 빌려주었다. 그리고 내 등록금을 낼 때가 오면 한 마리씩 팔았다. 그러니까 소를 사두는 것은 환금성이 용이한 일종의 저축이었던 것이다. 나는 지금도 소를 팔기 전날 소 옆에서 한팜이나 등을 어루만지던 아버지 모습이 눈에 선하다. -『뱀의 발을 그리다』의 한 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