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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185
· 쪽수 : 400쪽
책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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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 섞인 바람이 깨진 창문을 통해 방 안으로 무섭게 쏟아지고 있었다. 그곳은 바닥도, 벽도, 천장도 모두 얼음으로 이루어진 성의 맨 꼭대기 방이었다. 바람을 타고 날리는 얼음 조각들이 문자 그대로 살갗을 찢었다. 로핀의 뺨도 얼음에 베여 피가 흘렀다. 적의 칼과 마법이 아닌, 얼음 바람 탓이었다.
로핀의 옆에는 메이루밀이 창을 들고 서 있었다. 그의 어깨에서 흐르는 피가 바닥에 떨어져 얼음을 녹였다가 금세 얼음과 함께 얼어붙었다.
두 사람의 앞에 선 테일드의 지팡이가 달빛마저 차단하는 어둠을 밀어내고 주위를 밝히고 있었다. 그는 방 안에 그려진 푸른 원의 중앙에 서 있었다. 그 원의 끄트머리에 한 남자가 미라처럼 말라 허공에 고정되어 있었다. 슈라이튼 백작, 론타몬의 정복 전쟁을 시작한 모든 것의 원흉.
"위대한 마법에 경의를 표한다, 마스터 테일드. 그러나 헛수고다. 어떤 살아 있는 존재도 나를 죽일 수는 없다."
백작의 입이 열리지도 않았는데, 그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의 목소리에는 여전히 자신감이 가득했다. 한때 북쪽 땅의 선량한 귀족이었던 슈라이튼 백작은 지금 인간이 아닌 존재가 되어 세상을 파괴할 저주를 내뱉고 있었다.
제이는 2층으로 올라와 앞뒤로 아무도 없는 것을 확인하고 이마를 벽에 찧었다.
'카셀이 오면 뭐라고 변명하지? 타냐가 아무 말 안 했으면 좋겠다.'
방에 들어가 보니 라이는 바닥까지 날개를 늘어트리고 창틀에 걸터앉아 있었다. 밖을 바라보는 시선이 꿈을 꾸는 소녀 같았다.
"뭐 하냐?"
제이가 물었다.
"구경."
"한가해서 좋겠다, 너는."
제이는 피 묻은 손을 씻었다. 대야의 맑은 물이 금방 붉게 변했다.
"생각해 보니, 울프 기사단이란 거 대단했구나. 이런 곳에 있으니 꼭 내가 최강이 된 것 같잖아? 거기에서는 그냥 오십여 명 중 한 명이었는데……."
제이는 고개만 돌려 라이에게 말했다.
"라이, 이 일이 끝나면 울프 기사단에 한번 가 봐라. 결투를 원한다고 했지? 거기에서는 원 없이 해 볼 수 있을 거다."
"기더가…… 나를 이끌었다."
제이가 못 알아들을 단어로, 라이는 말을 이었다.
"내 기더, 싸움에, 있다면, 나 있을 곳, 카셀 옆……."
제이는 한참 그의 말을 되풀이해 보다가 동의했다.
"맞아. 카셀의 옆은 항상 전장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