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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판타지/환상문학 > 한국판타지/환상소설
· ISBN : 9788959526192
· 쪽수 : 448쪽
책 소개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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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제이는 많은 기사들이 빠져나가는 바람에 휑한 건물 여기저기를 돌아다니고 있었다. 중요한 임무 때문은 아닌 모양이었다. 라이가 보기에 제이가 중요한 순간은 옆에 카셀이나 타냐가 있을 때뿐이었다.
제이는 라이가 있는 주방 쪽 건물로 걸어왔다.
'나한테 오는 건가?'
제이는 그냥 주방으로 들어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아니었군.'
잠시 후 지붕 밑으로 제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감자."
"누, 누구요!"
아까부터 계속 감자를 깎으며 '나한테 이런 일만 시키다니' 하고 투덜대던 어린 요리사의 목소리였다. 제이의 대꾸가 한 번 더 들렸다.
"감자."
정체를 물었는데 감자라는 대답을 얻은 어린 요리사는 위협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함부로 들어오시면 아니 되오! 여긴 드래곤 기사단의 소유지며……."
"드래곤 기사단의 주방이겠지. 삶은 감자 하나만."
그 뒤로는 아무 말도 돌아오지 않았다. 잠시 후 제이는 감자 두 알을 손에 쥐고 도로 나왔다. 유심히 내려다보고 있는데 갑자기 그가 라이를 향해 고개를 휙 돌렸다. 꽤 먼 거리였지만 그는 금방 라이를 알아보았다.
'시프 유위 주-모-푸?'
'이제 내가 보이는가?'
같은 목소리가 다시 들렸다.
카셀은 이제 대답할 수 있었다.
"보입니다. 워그의 영혼이시여."
카셀은 천 년 전 워그에게 죽었던 하늘 산맥의 악마 느-라이프덤을 똑바로 주시했다. 더 이상 그것은 얼음 덩어리도 아니고, 반투명한 유령도 아니었다. 창공에서 먹잇감을 내려다보는 육식 새의 모습이었다.
"네가 아무리 고대의 악령이며 이곳을 지배하는 주인이라 할지라도 예외가 될 수는 없다, 누라이."
카셀은 거대한 존재의 머리에 대고 얼어붙은 손을 꽉 쥐었다.
"하안 늑대의 이빨을 보고 살아남을 수 있는 건 오직 하얀 늑대뿐이다."
카셀의 손 안에서 크리스털 같은 날카로운 얼음 조각이 깨졌다. 바닥으로 떨어지는 얼음 조각들 속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고통스러운 비명이 울려 퍼졌다. 동시에 동굴 전체가 흔들렸다.
유령은 사라졌다.
카셀은 비틀거리며 걸어가 떨어진 보검을 쥐었다. 손잡이의 보석은 여전히 옅은 빛만 내고 있었고 칼날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 카셀은 칼날에 이마를 댔다.
"당신이 나디우렌의 증표라서 길을 찾을 수 있었던 게 아니었군요. 애초에 하늘 산맥은 당신의 영역이었어요. 그렇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