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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593002
· 쪽수 : 236쪽
책 소개
목차
추천사 / 16
프롤로그 - 뿔난 부메랑이 된 ‘인권’ / 21
1장 미로의 탈출 - 이란을 탈출하다 / 27
2장 엄마를 부탁해 - 아쉬라프 공주 이야기 / 48
3장 불가능은 없다 - 태권도 교육과 국제경기 / 64
4장 얼굴 없는 대사 - 한국 산업체 지원과 대민 사업 / 82
5장 최후의 만찬 - 침몰하는 페르시아 호(號) / 101
6장 병든 이란 - 이란의 국내외 정세와 미국과의 관계 / 115
7장 지구촌 밖으로 떠밀린 Shah - 세계적인 고아가 된 Shah / 139
8장 배반의 장미 - 위선적인 친구는 똥파리와 같다 / 190
9장 이슬람 공화국의 신정정치 - 신정정치의 이상과 현실 / 201
에필로그 - 꽃이 져야 열매가 맺는다 / 210
작품해설 - 존재사태의 진실 규명 / 219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 엄마란 1919년 10월 26일, 이란 왕 샤(Shah)와 이란성 쌍생아 중 여동생으로 태어난 아쉬라프(Ashraf) 공주였다. 프랑스에서는 ‘검은 표범’이라는 별명으로 무소불위의 무서운 존재라는 상징으로 그녀를 그렇게 불렀던 것 같다. 왕실에는 사전예약이나 연락 없이 언제나 무사통과되는 존재이고 보면 그런 별명도 들을 만했다.
“폐하! 안녕하세요.”
집무실이건 거실에건 언제 어디서나 환영해 주는 이란 왕인 오빠에겐 한 점 거리낌 없는 이심동체요, 이체동심의 한 몸이나 다름없었다.
“그래, 어서 오거라. 아침은 들었느냐, 왜 얼굴이 까칠하냐?” 등등 여동생의 신변부터 먼저 걱정해 주는 오라버니가 한없이 존경스럽고 고마웠던 것이다. 서로 눈빛만 보아도 무슨 일이 있는지, 얼마나 심각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는 이심전심의 동체인 것이다.
“스탈린을 만나고 오는 길입니다.”
“뭐라고? 구중궁궐 속 철의 장막, 그곳을 어떻게 들어갔단 말이냐?”
1943년 11월 28일 카이로 회담에서 2차 세계대전이 끝나는 대로 6개월 내에 영국군과 러시아군은 이란에서 물러나기로 합의했었다. 그러나 1945년 러시아는 이란 북방 아제르바이잔(Azerbaijan) 지역에 붉은 군대를 투입시켜 자파르 피쉬바리(Jafar Pishevari)를 대통령으로 하는 아제르바이잔 자치공화국을 세웠다. 또한 이 지역을 제외한 이란 정권은 공산당원인 아흐마드 카밤(Ahmad Qavam)의 민주당이 잡고 있었다. 이래서 늘 이란은 러시아 늑대의 발톱에 할퀴고 있었다.
그 당시 공주는 이란의 복지사업을 추진하던 중에 러시아가 운영하는 테헤란 병원 원장과 알게 되었는데, 그의 도움으로 러시아를 방문하게 되었다. 명목상으로는 러시아 적십자사 초청으로 간다고 되어 있지만 스탈린을 만나게 되는 비밀계획이 있었던 것이다.
1946년 4월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모스크바 공항에 공주 일행이 내렸다. 이란과 이웃한 대국 러시아. 그러나 전쟁으로 여기저기 상처가 심해 보였다. 레닌그라드 외곽에는 독일제 탱크와 대포들이 녹슨 채 이리저리 널려 있고, 스탈린그라드 역시 상처가 심했는데 까맣게 그을린 높은 빌딩만 을씨년스럽게 서 있다. 단지 볼가 강만이 아무런 탈도 없었다는 듯 유유히 흐르고 있다. 러시아 관리들은 공주 일행을 친절히 대해 주었으나 스탈린과 만나게 되는 일정 등에 대해서는 일절 언급이 없어서 궁금하고 불안했다. 그러나 스탈린 총통은 반드시 만나줄 것이라고 믿고 싶었다.
“공주님, 이제 1시간 내로 스탈린을 만날 수 있답니다.”
의전 담당 보좌관의 보고였다. 오늘의 회담은 정상적인 국가 정상의 공식적인 만남이 아니기에 처음 만나는 순간, 이란의 운명을 좌우하고 있는 이 거인에게 무슨 말을 먼저 해야 할까. 크렘린 궁전으로 가는 차 속에서 얼굴 손질을 했다. 그런데 손거울이 미끄러져 떨어지더니 금이 가고 말았다.
이 무슨 불길한 징조인가? ‘악운’이 깨지는 수도 있어야 할 텐데…. 물 한 모금을 마셨다. 너무 긴장한 탓인 듯했다.
<이하 생략>
- 본문 <엄마를 부탁해 - 아쉬라프 공주 이야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