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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9593484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꼴뚜기 혁명 / 7
어느 설계실 / 19
산성비 / 49
두더지들의 아케이드 / 87
검은 작전 / 130
불륜 / 175
원리의 방랑자들 / 215
에필로그 / 267
작가의 말 / 293
저자소개
책속에서
그런데 공두기의 정권은 좌파정권이었으니까 그렇다고 하더라도 우파인 양태연 정부는 왜 이 모양이냐 그 말이지…. 정권이 교체된 지 3년이 넘었건만 양민들 생활은 하나도 달라진 게 없었다. 지난 좌파정권 내내 날뛰던 좀비들도 수그러들지를 않고 더욱더 기승을 부리며 날뛰고 다녔다. 오히려 교체된 새 정부의 빈대로 달라붙어 진드기 갈가위 하듯 사회를 갉아 찢어발기고 다녔다. ‘포퓰리즘’이라는 슬로건이 ‘선진화’라는 타이틀로 바뀌었을 뿐, 통일을 빌미로 흉포한 게릴라전은 더욱더 발톱을 세우며 난동을 부렸다.
‘왜, 이렇게 달라진 게 없지?’
건수는 원망스런 표정으로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길거리에 흩어져 있는 자갈더미를 발길로 여지없이 걷어찼다. 발톱이 빠져나갈 것 같이 아려 왔지만 노기는 조금 도망갔다. 요새는 머리에 난 종기도 더욱더 심해져서 줄거머리가 기어가듯 온통 머리통이 거북 등살마냥 흉해져 있었다. 피부과에서의 진찰대로라면 희망이 없는 불치병이라는데 도대체 어떻게 이런 고초를 헤쳐 나가야 할지 낭떠러지에 서 있는 벼랑바위처럼 아찔했다. 통증 때문에 병원에 들러서 진통치료를 마치고 나와 궁금증이 나서 용철이 사무실을 삐죽이 들여다봤다.
혼자서 뭘 하는지 소파에 깊숙이 눌러 앉아 녀석은 시큰둥한 표정으로 고개만 까닥하고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형님! 선배님!’ 하고 알랑방귀를 뀌고 난리도 아니었는데…. 건수가 자투리 여시와 헤어지고 난 후로는 썩은 나뭇등걸 보듯 쌀쌀맞았다. 자기들이 파놓은 허방다리에서 요리가 다 된 보신탕쯤으로 치부되었는지 그 태도가 백팔십도로 돌변해 있었다. 그러든 말든 소파에 앉아 한숨 돌리고 있는데 오창석이가 들어왔다. 건수는 악수를 청하며 무심코 세상을 원망하는 푸념을 내뱉었다.
“빌어먹을 정치가 바뀌어져도 달라진 건 하나도 없어! 에이 더러운 새끼들…. 요상하기는 마찬가지고 기대할 때가 없다니까….”
오창석은 빙그레 웃으며 자리에 엉거주춤 앉았다.
“생각이 서로 다른 두 정파가 비빔밥이 되어서 그래요…. 짬뽕도 아니고 어디 쓰겠더라고?”
그는 건수의 머리통에 부스럼자국을 위로하는 척 새끼손가락으로 휘적휘적 헤집어 보면서 중얼거렸다.
“두 정파가 짬뽕이 되다니 그게 무슨 소리요?”
“햐, 소식이 깜깜이로군요?”
“글쎄, 나는 도통 방안퉁소가 되어서….”
“공두기 패거리들하고 새로 들어선 양태연이 패거리들이 ‘우리가 남이가’ 하고 쑥덕공론을 했답디다.”
“아니, 쑥덕공론이라니요?”
“같은 동향인들이라고 쏙닥거렸다 그 말입니다.”
“다수국민의 표심은 그것이 아니잖소?”
건수가 도통 이해가 안 간다는 표정으로 대들듯이 물었다.
“그렁께 말이요, 지난 좌파정권 때 석연찮았던 것들을 고쳐주라고 우파정권으로 바꿔줬잖아요. 그런데 좌고 우고 동네잔치 났다고 개밥에 도토리마냥 백팔십도로 돌변해 버렸당께라…. 민심을 헌신짝처럼 내동댕이쳐 버린 거죠….”
찔러보느라고 헛소리를 하나 하고 건수는 은근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때 용철이가 버럭 화를 내며 달려들었다.
“아니, 정부요원이 그런 소리를 함부로 지껄이고 다니면 어떻게 해부릴라고 그러요?”
꼼짝도 않던 놈이 기겁을 하고 달려들다가… 아차! 싶었는지 자기 주둥이를 한 손으로 틀어막았다. 그러면서 오창석에게 눈을 찔끔거렸다. 함부로 말하지 말라는 눈짓으로 보였다. 건수는 또 한 번 놀랐다. 오창석이가 국가요원이라니? 그렇다면 국가기밀요원과 남파공작조 김광호가 한 패거리라 그 말이여? 기절초풍할 일이었다. 어떻게 그런 일이…. 건수는 믿기 힘든 현실에 쓰러질 뻔했다. 이들이 한 조가 되어 좌익결사대들과 동고동락하고 다닌다니? 건수의 상식으로는 이해가 가질 않았다.
<이하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