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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9757671
· 쪽수 : 40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39
리뷰
책속에서
그때 마치 밖에서 큐 사인을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문이 활짝 열리고 한 여자가 들어왔다. 광대뼈가 도드라진 곱슬한 적갈색 머리 여자는 풍만한 몸매에 꼭 맞는 가벼운 모직 정장을 입고 있었다. 뾰족한 하이힐 굽 소리가 또각또각 바닥을 울렸다. 움직임 하나하나가 가볍지 않으면서도 관능적인 느낌을 풍겼다. 여자가 검고 부드러운 눈동자로 방 안을 한 바퀴 훑어보고는 소파에 앉아 있는 베로니카를 보았다.
“키스 마스를 찾아왔어요.” 여자가 말했다. “그의 도움이 필요해요.”
그녀의 말에 베로니카는 한 대 맞은 것처럼 움찔했다. 브리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사람들이 얼마나 잔인하고 이기적일 수 있는지 온몸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까지 믿고 있던 것들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느낌, 아름답게 빛나던 세상이 한순간에 칙칙하게 변하는 순간의 그 절망감이 어떤 건지 베로니카도 잘 알고 있었다. 베로니카는 열여섯 살이 되던 해에 그 잔인한 현실을 온몸으로 느꼈다. 가장 친한 단짝 친구 릴리가 살해된 후 키스는 어떤 음모가 있다는 낌새를 알아챘지만, 진실을 밝혀내지 못했고, 릴리 케인의 돈 많고 잘 생긴 아빠를 의심했다. 그 일로 결국 키스는 보안관 자리에서 밀려났고 순식간에 베로니카도 친구 하나 없이 모두에게 따돌림당하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이 케인의 가족을 중심으로 뭉쳐 그녀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수시로 사물함에 뿌려진 페인트를 지우고 누군가 찢어놓은 타이어를 갈아야 했다. 이후로도 한참 동안 그녀를 위해 나서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자, 오늘 밤 여러분을 위해 특별한 행사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다섯 명의 아름다운 아가씨들이 이번 주 내내 공들여 태운 선탠 라인을 선보이기 위해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 손바닥만 한 수영복이 얼마나 많은지 다들 잘 아시죠?” 말이 끝나자마자 기대에 찬 웃음소리가 터져 나왔다. “먼저 심판을 소개하겠습니다. 자, 오늘 파티의 주인공, 리코를 소개합니다! 큰 박수를 주세요!”
우레와 같은 박수소리와 환호성이 터져 나왔다. 베로니카는 무대 위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어두운 올리브 빛 피부에 검은 머리, 거뭇거뭇 수염이 난 핸섬한 남자가 무대 위로 올라왔다. 버뮤다팬츠를 입은 남자의 조각 같은 가슴 위에 화환이 걸려 있었다.
헤일리의 사진 속에 있던 정체불명의 남자, 헤일리가 사라지기 직전까지 꼭 붙어 있던 바로 그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