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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9860531
· 쪽수 : 232쪽
책 소개
목차
1부
거미 / 연탄 화덕 / 공중전화 / 환장 / 고욤나무 / 운동화 한 짝을 찾아서 / 딸기밭 / 돼지꿈? 개꿈? / 방귀 / 능청 / 숫염소 / 한 되 / 독사 / 바퀴 / 전봇대 / 소이따부리
2부
새장 / 물 / 수영 / 맨홀 / 네가 서 있던 자리 / 쓰르라미 / 멍게 / 고양이 / 개장수 아저씨 / 장미 넝쿨 1 / 장미 넝쿨 2 / 0.1초 / 뱀 삼촌 / 파리 / 모산도 / 창문 / 코스모스 / 소파생활자 / 반벙어리
3부
내 새를 날려줘 / 어떤 상처 / 고동색 점퍼 / 담 위 유리 쪼가리 / 송사리 / 손 / 음악시간 / 카세트 / 겨울밤 / 물뱀을 독사로 만드는 재주 / 새벽에 걸려온 전화 / 양조장 / 감나무 / 아랫목 / 저수지 / 독도에 가다 / 아, 입이 없는 것들 / 환상을 찾아서 / 간절함
저자소개
책속에서
현대슈퍼 옆 공중전화에서 외국인 노동자가 전화를 걸고 있다. 그들은 자전거를 타고 오거나 50시시 스쿠터를 타고 온다. 한 시간가량 공중전화에 붙어 떠들다 돌아간다. 바지 주머니에 두둑한 동전을 손에 쥐고 집어넣는다. 그들은 숨도 쉬지 않고 연설문을 외운다. 한밤중에 듣는 전화 거는 소리에 일손을 놓고 커피를 마신다. 동전 떨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무슨 말이 그리 많은가 싶다가도, 조금씩 그들을 이해하기에 이른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하나도 없다. 같은 톤으로 말하는, 그들의 일방적인 목소리를 듣다 보면 물결 잔잔한 갯가에 앉아 있게 된다.
현대슈퍼 앞에는 파라솔이 있다. 공중전화 차례를 기다리며 캔맥주를 마시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어둠 속에 묻혀 있다. 각기 다른 말을 쓰는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나. 나는 아직도 공중전화 수화기가 올려진 걸 보면 뛰어가고 싶다. 누구나 하고 싶은 말이 밀려 있기 마련이다. 나는 가슴속에 쌓아둔 말이 풀리는 걸 지켜본다. 그들은 엉키고 엉킨 실타래를 풀어 그리운 사람에게 가고 있다. 그들은 실컷 말하다가 눈물이 핑 돈 얼굴이 되곤 한다. 한참 동안 수화기를 들고 서 있는 외국인 노동자를 본다. 그리움이 없다면 이곳에서의 생활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그리움이 없다면 이곳에서의 삶을 어떻게 이겨낼 수 있을까? -- 본문 14쪽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