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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인물
· ISBN : 9788960009974
· 쪽수 : 351쪽
· 출판일 : 2010-10-25
책 소개
목차
추천의 말_내가 만난 홍우준 님ㆍ4
여는 글ㆍ8
1부 너는 홍경래의 후예
너는 홍경래의 후예ㆍ14 | 박살 난 홍 씨 집안ㆍ20 | 모란봉 넘어 대동강 건너도ㆍ26 | 좃토마테!ㆍ32 | 순희의 사리마다ㆍ37 | 텅 빈 세상ㆍ43 | 지옥 같은 감옥ㆍ48 | 해방, 만남, 그리고 절망ㆍ56 | 길 잃은 강양욱 목사ㆍ65 | 대한민국 만세! 스탈린 만세!ㆍ72 | 그 이름도 거룩한 평양 성도중학교ㆍ78 | 남으로, 남으로, 남으로ㆍ83
2부 너는 나의 가슴에
너는 나의 가슴에ㆍ96 | 대나무 상자를 지고 달린 사업가의 길ㆍ102 | 첫사랑ㆍ110 | 무지개 여인ㆍ117 | 반만년 역사의 비극ㆍ128 | 38선으로 자를 수 없는 형제 사랑ㆍ141 | 찢어진 중절모자에 반한 여인ㆍ149 | 결혼ㆍ155 | 병아리와 동침하는 신혼ㆍ161 | 청계천이여 안녕히ㆍ165 | 이상촌을 거지촌으로ㆍ172 | 네가 바로 내 아들이다ㆍ178 | 달걀이 굴러 굴러 땅으로ㆍ186
3부 너의 이름은 경민
너의 이름은 경민ㆍ194 | 뜨내기 도시ㆍ201 | 다니기 피곤한 학교ㆍ208 | 양로원 학교ㆍ214 | 꽃다발 데모, 철야기도 노조ㆍ222 | 산 놈보다 죽은 놈이 더 골치ㆍ228 | 학교, 외교, 선교ㆍ234
4부 너는 나의 길
너는 나의 길ㆍ246 | 대통령 말도 안 듣는 놈ㆍ255 | 동두천의 애국자ㆍ263 | 노들카냐? NO들카지!ㆍ269 | 바보처럼 살았군요ㆍ274 | 돈! 돈! 돈!ㆍ280 | 호랑이 눈썹 때문에ㆍ287
5부 너는 나의 꿈
너는 나의 꿈ㆍ294 | 의정부의 부자(父子) 심부름꾼ㆍ301 | 매정한 아버지ㆍ309 | 짜다, 그놈!ㆍ315 | 괴짜, 괴물ㆍ324 | 털어도 먼지 안 나는 옷ㆍ330 | 버리고 가는 것과 남기고 가는 것ㆍ340
마치는 글ㆍ350
책속에서
온몸에 소름이 끼친 사람이 나 한 사람뿐이었겠는가? 소련군이 김일성을 그들의 허수아비로 세운 것이 분명해진 날이었다. 그날 이후로 평양 시내는 어두운 그림자가 깔리기 시작했고 사람들의 얼굴에는 두려움과 불안의 그늘이 역력했다.
그보다 더 황당한 것은 평양 시내에 나타난 소련군의 야만적 행동이었다. 조선에서 일본을 몰아내고 잘살게 해주려고 온 군인들로 생각하고 깃발을 흔들며 반가워했던 시민들이 경악을 한 것이다. 시장에 들어가 아무 것이나 약탈하듯이 가져가거나 날생선을 씻거나 굽지도 않고 손으로 들고 뜯어 먹는다든지, 양말이 없어 천으로 발을 감아서 군화를 신은 모습들이었다. 그보다 참을 수도 볼 수도 없었던 것은 낮이고 밤이고 여자만 보면 거리에서도 겁탈을 하니 짐승과 다를 바 없는 야만인이 우리나라를 짓밟고 있는데 어찌 목공소에서 일하고 자고 밥 먹는 것이 내가 할 일이었겠는가?
집으로 가는 길, 땅거미 지는 어슬어슬한 저녁에 평양 시내의 골목을 지나가는데 저쪽에서 여자 비명소리가 났다.
“제발, 사, 살려주세요. 사, 사람 살려!”
소리가 나는 쪽으로 뛰어가 보니 이런 세상에, 소련군이 여자를 길바닥에 눕혀놓고 겁탈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소련군은 총을 가지고 다니다 누구든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 자리에서 쏴버리기 때문에 평양 시민들이 감히 대들지도 못하고 당할 수밖에 없었다. 순간, 앞뒤 가릴 것도 없이 평양 남자 주특기를 발휘했다. 뒷목 쪽의 군복을 뒤로 잡아당겨 그대로 박치기를 해버리자 소련군이 그 자리에서 뒤로 뻗어버렸다. 당하고 있던 여자도 도망갔고 나 역시 있는 힘을 다해 뛰었다.
공부가 끝나는 대로 영화와 결혼할 분홍 꿈을 꾸며 다시 복학하여 열심히 공부하던 6월 25일 아침, 영락교회로 예배드리러 간 우리는 벽보판에 ‘전쟁 발발’이라고 쓴 포고문에 놀라고 말았다. 백만 명의 공산군이 적화통일 야욕으로 오늘 새벽 4시에 38선을 넘어 남침한 것이다. 두려움 가운데 영화의 집으로 달려갔다.
“자네는 반공학생연합회 부회장이니 잡히면 죽어. 어서 피난 가지.”
“저는 도망 다니는데 지쳤습니다. 차라리 여기서 죽고 싶습니다.”
“그럼, 오늘 밤은 여기서 쉬면서 상황을 보도록 하지.”
밤새 울며 기도하고 쫓기는 꿈을 꾸다 새벽에 눈을 뜨자 멀리서 대포 소리가 들려왔다.
“당신은 수배된 인물이잖아요. 어서 피하셔야 해요.”
“아니, 하루라도 당신 곁에 있게 해주시오.”
우리는 걱정과 불안, 안타까움에 가슴이 터질 것 같아 손을 잡고 울었다. 공산당 탱크가 서울까지 밀고 들어와 포 소리가 요란한 수요일 새벽, 더 이상 버티고 있을 수가 없어 영화의 집을 나왔다.
“몸조심해요.”
“곧 만나게 될 거야.”
“반드시 살아서 찾아뵙겠습니다. 기도해주십시오.”
영화와 영화의 어머니는 우느라 말을 잇지 못했다.
부산으로 피난 갔다가 군대에 들어갔던 나는 서울이 수복되자마자 제일 먼저 영화의 집으로 달려갔다. 그런데 집은 폭파되어 형태도 없고 집터만 남아 있어 옆집의 문을 두드렸다.
“옆집에 살던 영화와 부모님이 어떻게 되었는지 아시나요?”
“폭격 맞아 가족이 다 죽었어요.”
하늘이 내려앉고 땅이 꺼진다더니, 바로 이런 것일까? 영화의 집터에 서서 미친 듯이 울고 가슴을 쳤지만 영화는 나타나지 않았고 영화의 흔적이라도 찾을까 뒤졌지만 아무것도 찾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