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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077
· 쪽수 : 86쪽
· 출판일 : 2014-05-31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박태기꽃 ― 11
처녀꽃 ― 12
자귀나무―금강선원 ― 13
광대 ― 14
절 밥종 소리 ― 16
저녁의 넓이 ― 18
흰 돌산 ― 20
흑풍 ― 21
골프空 ― 22
홍어 ― 23
다육식물 ― 24
해마 ― 26
꽃기린 ― 28
잭,나이프 ― 29
제2부
뚜껑 ― 33
새 ― 34
돌탑 ― 36
왼손잡이 ― 37
매미―에로스 ― 38
유리의 내력 ― 40
내시경 ― 42
솔방울 ― 43
응가예 응가이―킬리만자로 ― 44
블라인드 ― 46
작전―두꺼비 산란지의 위기 ― 47
제3부
게의 식사법―유류품 ― 51
왕쥐똥나무 왕국 ― 52
여섯 시 반, 반가사유상 ― 54
양철 지붕 집 ― 56
뉴질랜드산 바나나 ― 57
그대를 삭제한 시간의 재배치 ― 58
누드비치 ― 60
비밀 ― 61
낮꿈 ― 62
슈빌 ― 63
증상 ― 64
슈퍼맥스 ― 66
고리 ― 67
가족 ― 68
숟가락 ― 70
도꾸이 ― 72
생불 ― 74
발문
김경주 여윈 새의 행방 ― 75
저자소개
책속에서
꽃기린
북쪽 별이 뜨고 북쪽 바람에 한쪽 목이 기울어진 기린
외로워서 서로 목을 꼬고 있다
내 목은 서쪽에서 동쪽 삼림지로 건너간다
외로울 땐 목을 잘라 하얀 젖을 먹는다
잘린 목 위에 누군가 빨갛게 앉아 울고 있다
난생도 뿌리도 배 속도 아닌 목에서 태어나
뿌리처럼 분재가 되어 유목이 되는 삶
기린이 눈을 반쯤 감은 채 분재 위 사막을 비틀거리며 건너간다
깡마른 꽃기린이 빨갛게 피우는 꽃
제 사방무늬 빠져나와 그물 밖 서성일 때
절단된 우린 한 자매같이 한꺼번에 꽃 피운다
가시투성이 짐승이 피우는 빨간 꽃
내 목에 앉은 그녀 동쪽 마다가스카르로 건너간다
새
새 한 마리 누워 있다 고개를 옆으로 길게 누이고 있다 느티나무 밑에 놓아주고 싶었지만 나는 지금 매미의 주검을 거두는 중이다
한 바퀴 돌고 오니 아직도 거기 있다 머리가 검고 흰 가슴 털을 가졌다 다리는 보이지 않는다 방금 죽은 것처럼 부드럽다 긴 꼬리를 가진 직박구리나 비둘기 같다
한 바퀴 또 돌고 오니 아직 그대로다 눈을 보려다 더 멀리 돌아서 간다 운동장엔 열댓 마리의 비둘기가 앉아 있다 직박구리는 순식간을 날아다녀 자세히 볼 수가 없었다
한 바퀴 더 돌고 왔다 새의 눈을 보고 싶었다 이렇게 크고 온전한 새의 주검은 처음이다 머리는 검고 목덜미에 흰 목도리 털을 둘렀다 비둘기보다 작고 가슴과 등엔 흰 털이 있고 긴 꼬리는 연회색이다 눈을 뜨고 있다
다섯 바퀴를 돌아오니 새에게 개미가 조금 붙어 있다
다음 날, 누군가 새를 느티나무 밑에 옮겨 놓았다 개미 떼에게 뜯긴 흰 가슴 털 사이로 가지런한 두 발이 보인다 분홍색이다 곧 무너질 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