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190
· 쪽수 : 132쪽
· 출판일 : 2014-08-29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청동거울 ― 13
풀잎 ― 14
빈집 한 채 ― 15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 16
거울 ― 18
물방울 속 초가집 불빛 ― 19
가을 숲에서 ― 20
흙덩이가 피를 흘린다 ― 22
낡은 병풍 ― 23
딸기밭에서는 싸움이 안 되네 ― 24
메두리댁 ― 26
아편꽃 ― 28
피자집의 안개 ― 30
제2부
초승달 ― 35
이 말이 하고 싶었다고 ― 36
왕의 꿈 ― 38
연장들 ― 40
다시 또 눈이 내린다 ― 42
돌탑 ― 43
기계들의 깊은 밤 ― 44
아스팔트 길 ― 46
밀물 썰물 ― 49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 50
자물쇠 ― 52
지도 밖의 섬 ― 53
맹물 ― 54
제3부
거름 ― 59
바람의 색깔 ― 60
봄비 ― 61
흰 백지 ― 62
뉴스 ― 63
미당 댁 시누대 바람 소리 ― 64
이내를 아시나요 ― 66
알에 관한 명상 ― 68
바람꽃 ― 70
호수 ― 71
개미 ― 72
집 ― 74
지평선 너머 ― 76
제4부
비밀 ― 79
그 도둑 ― 80
봄 ― 82
그대가 어찌 구별하리오 ― 83
너의 마음 ― 84
문 ― 85
박쥐 ― 86
옛 종소리 ― 87
등불 ― 88
초원에서 ― 89
당신이 먼 산을 보는 것은 ― 90
문답 1 ― 91
문답 2 ― 92
제5부
사설시 나루터 ― 95
해설
홍용희 무위 혹은 생성의 허공을 위하여―김영석의 시 세계 ― 116
저자소개
책속에서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창문 밖 상수리나무에
부러져 죽은 나뭇가지와
살아 있는 가지가 얽혀 생긴
액틀 하나가 걸려 있다
그 액틀을 통해 바라보는 마을이
색지를 오려 놓은 듯 작고 선명하여
처음 보는 동화의 나라처럼 낯설다
기묘한 모양의 지붕과 색깔
밭 사이를 뱀처럼 기어가는 길과
머리칼을 곤두세워 소리치는 나무들
아이들을 위한 무슨 요지경을 만드는지
어디 목공소에서 망치 소리 들려오고
하늘 거울 속으로 날아가는 새 떼와
새들의 흔적을 지우는 흰 솜구름
문득 바람이 불자
상수리나무가 풍경을 말끔히 지우더니
그 큰 액틀의 눈을 뜨고서
창밖을 보는 나를 물끄러미 바라본다
창문을 벗어나려 안타까이 파닥거리는
흰나비 한 마리를 조용히 바라본다
내 눈은 상수리나무의 눈이었다
내가 본 것은 상수리나무가 본 것이다.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고양이가 허공 속
어느 나라에서 오는지
아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마치 이 꿈속에서
저 꿈속으로 드나들 듯이
보이지 않는 것들이 사는 허공 속에서
보이는 것들이 사는 이 세상에
어떻게 그놈이 홀연히 나타날 수 있는지
그것은 참 알 수 없는 수수께끼다
도대체 어느 나라에서 온 첩자인지
무엇을 염탐하러 소리 없이 다니는지
초상집 구석이나 무너진 폐가에
배롱나무 그늘 같은 데에
없는 듯이 웅크리고 앉아 있다가
어느새 감쪽같이 사라진다
문득 돌아보면
어딘가 거기 앉아서
내내 조용히 우리를 보고 있는데
또 문득 돌아보면
거짓말처럼 그것은 보이지 않는다
새도 비행기도 허공 밖을 날 수밖에 없고
뜨고 지는 해와 달도
푸른 밤 별조차도
허공 속을 가리키는 표지일 뿐이어서
허공 속을 드나드는 길은
도무지 찾을 수가 없는데
하, 그놈은 귀신같이 나타나
언제 어디서고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고양이가 숨어 있지 않은 곳은
아무 데도 없다
푸나무에도 벌레에도 돌멩이에도
아니, 보이는 모든 것 속에
그놈이 숨어 서로를 지켜보고 있다
우리도 결국 우리 속에 숨어 있는
그놈의 눈을 통해 무엇인가 보고 있다
모든 것이 고양이의 눈이다
고양이가 다 보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