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2268
· 쪽수 : 99쪽
· 출판일 : 2014-11-14
책 소개
목차
개정판 시인의 말
시인의 말
거리의 기타리스트―돌아오지 마라, 엄마 ― 11
욕조들 ― 13
별 모양의 얼룩 ― 14
Fluxfilm No. 4(lesbian) ― 16
비슷하거나 아예 똑같을 것을―금요일의 갤러리를 지나 ― 18
지금은 自慰 중이라 통화할 수 없습니다 ― 20
조개껍데기 가면을 쓴 주치의의 달변 ― 22
공사의뢰인 ― 23
물류센터 ― 24
운문의 똥막대기 ― 25
Third Eye ― 26
봉인된 여자 ― 28
유디트 ― 29
로시니 혹은 누가 누구와 잤는가 하는 사소한 문제―음악을 하는 시인에게 ― 30
보수동 우리책방 노상길 씨께 보내는 메일 ― 32
안나푸르나, 두 겹의 크로키 ― 33
고야와 나의 오월 ― 36
후이족의 아내와 양의 끊어진 인터뷰 ― 38
나는 나무를 이해한다 ― 40
언니네 이발소 ― 42
가릉빈가 ― 44
콜로라투라 ― 45
벌 ― 46
정동진 횟집 ― 47
덜미 잡고 놀자 ― 48
조문객 ― 49
오수전(五銖錢) ― 50
분실물 보관소 ― 52
지하 스튜디오 고장 난 앰플리파이어 ― 53
회피성 중독 ― 54
만어석촌(萬魚石村) ― 55
침대 옆 탁자 위 ― 56
피팅룸 ― 57
청춘이라는 폐허 2 ― 58
방조와 가담의 차이에 관한 시퀀스 ― 60
네모난 연못 ― 62
동짓달 ― 63
가내공업 ― 64
여름날 난로처럼 있다 ― 65
오프너 ― 66
어둠 속의 댄서 ― 67
계단을 내려가는 암소 ― 68
오페라의 유령 ― 70
불안한 재미 ― 71
나는 내가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 72
뒤주 속의 아리아 ― 74
구름무늬 족좌(足座) ― 76
시소 ― 78
무의지의 수련, 부풀었다 ― 80
드므 ― 81
렌즈 없이 본다는 거 ― 82
사랑했지만 ― 83
콘크리트 쿠키 ― 84
밀가루 반죽은 나비처럼 ― 86
달에 씻다 ― 88
해설
황현산 김이듬의 감성 지도 ― 90
저자소개
책속에서
거리의 기타리스트
―돌아오지 마라, 엄마
길거리의 여자는 기타를 껴안고 있다 젖통을 밀어 넣을 기세다 어떻게든 기타를 울려 구걸해야 한다 비가 오기 시작하면 더 조급해진다 기타의 성기는 소리이므로 딸을 걷어차기 시작한다
착지가 서툰 빗줄기는 보도블록에 닿자마자 발목을 부러뜨렸다 비가 지하도를 기어간다 질질 끌려간다 난폭한 여자의 팔에 기타가 매달려 있다 걸을 수 없는 조건을 가졌다
담배를 물려다 말고 여자가 소리를 만지작거린다 기타는 여자를 경멸하므로 여자를 허용한다 자라지도 않고 떨림도 없는 기타의 성기에는 매듭과 줄이 있다
스무 장의 신문지와 스물한 개의 철근이 뒹구는 지하실이다 팔백 해리의 슬픔과 팔백 해리의 공복과 백만 마일의 바퀴벌레도 늘어나는 것이 죄인 줄 안다
기타리스트는 딸을 안고 있다 다시 보면 기타가 여자를 껴안고 있는 자세다 기타는 기타리스트의 목을 조르고 있다 죽을까 말까 망설이느라 성장을 못한 딸의 손목이다
잔느 아브릴의 어머니는 딸에게 매춘을 강요했으며 기타처럼 모성이란 다양한 것이다 여자는 얼떨결에 기타를 갖게 되었다 여자는 기타를 동반하여 계단을 굴러가고 난간을 넘어가 세상을 추락한다 놀랍게도 어떤 모성은 잔인한 과대망상이다
기타는 기타 케이스 안으로 기타리스트를 밀어 넣는다
청춘이라는 폐허 2
수세미보다 굵고 수박보다 큰 오이가 자라고 있었습니다
서로 혐오하는 사이에 시들었습니다
차장은 나를 지붕에 태우고 출발 호루라기를 불었습니다
물소 떼가 길을 가로지르면 기다려야 합니다
그들의 느린 행진이 끝날 때까지 나는 카마수트라를 읽습니다
날 안고 재워 주던 기계의 맥박 소리는 달콤했습니다
초콜릿 공장은 아니었습니다
알록달록한 플라스틱 원료 포대에 기어들어 가
달착지근한 책을 읽다 잠들면 옥상으로 옮겨졌습니다
하마터면 야근의 프레스에 뒤터진 슬리퍼가 되었겠지요
내가 올라탄 버스 기사는 아예 엔진을 꺼 버렸습니다
검은 소들은 꿈쩍하지 않습니다
머리 위에 재 같은 까마귀가 날아갑니다
입사한 언니들은 배가 불러져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순진한 적 없는 나는 아버지를 도왔습니다
공장장 아저씨가 나를 발이 닿지 않는 선반에 올려 두고 외출증을 끊어 갑니다 치마에 피가 묻었습니다
플라스틱은 녹아 흐르고 쇳덩이들이 뜨거워졌습니다
처음으로 공장집이 따뜻해지자 사라졌습니다
착한 새엄마가 불을 냈을 리 없습니다
갑자기 소리 지르지 않아도 내 목소리가 들립니다
다녀왔어요, 아무도 내다보지 않는 작업장, 그을린 기계들에게 인사합니다
옥상에 올라가 고양이만 한 쥐들이 들락거리는 구멍을 봅니다 읽지 말라던 책을 숨겨 놓았던 자립니다 이 쥐새끼는 어디 가서 뭘 처먹고 구멍보다 크게 어른보다 잽싸게 자랐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