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자입니까

시인의 말

제1부

멍텅구리 13
리허설 14
오독汚瀆을 오독誤讀하다 16
짓다 만 건물 18
모자입니까 20
광화문이 사라졌다 22
숭악하게 부패하라 속히 부패하라 24
낙타가 바늘귀를 통과하다 25
좁은 길 26
벌레 환희 28
수평선 아래 각주 없음 30
제로데이 32
돈을 세며 가는 여행자 34
숨 노래 36
이게 다입니다 37
누구를 위하여 종은 울리나 39

제2부

민들레 우주 43
추락합시다 44
내일이 올 때까지 46
다시 바벨탑 48
더 가난한 노래 50
삶의 반대 지역 51
사물이 정물이다 52
자음 모음이여 54
사랑을 인因하여 56
코카콜라를 샀는데 세븐업 뚜껑이다 58
기어코 59
엑소더스 60
사랑 62
우리 64
주소 없는 바다 66

제3부

Where is everybody? 71
낮달 73
파란줄제비나비 74
렌즈 없는 뿔테 안경 76
이 교수와 가방 78
3악장 백색 소나타 80
아무도 아닌 자 82
아무도 없을 때 84
벌레 86
백야 88
좋은 일 90
혼死 92
75억 + 1 94
사랑의 순도 96
마이너스 1 98

제4부

詩人은 시신을 가지고 101
2021 102
QR코드 스캔 104
칠칠 49 팔팔 64 구구 81 106
분홍 입술 108
줌 인 109
은빛 110
뇌동맥류 111
하회탈 112
생일 114
단역 116
추기경 추도 118
노랑눈썹솔새 119
‘우물쭈물하다가 내 이럴 줄 알았어’ 120
검은 모자 122

해설
오민석 시적 존재물음의 아름다움 123

칠칠 49 팔팔 64 구구 81

스스로 속이지 말라 무엇을 심든지 그대로 거두리라……,
하늘에 계신 우리 아버지……,
사랑은 언제나 오래 참고 사랑은 언제나 온유하며……,
암송 못하면 꼴찌로 먹어야 한다.

오등은 자에 아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주민임을 선언하노라.
좔좔 흐르지 않으면 남아야 한다.

달달 외우고 외워도 시간이 모자라 어둠에 남아 있던 얼굴들

차로써 세계만방에 고하야 인류 평등의 대의를 극명하며 차로써 자손만대에
고하야 민족자존의 정권을 영유케 하노라.

하늘이 찍어 내고 땅이 찍어 낸 인형
모형이 되어 가는 심심한 세모 네모 별별 모형으로
찍어 내는 설탕 뽑기 틀에 빙 둘렀던 아이들
뒤집는 풀빵 틀 가장자리로 빙 둘렀던 우리들
웃기만 하던 가난한 얼굴이 없다.

채널마다 같은 중계 같은 뉴스
개별성 없는 폭력 아래 서 있는
처음과 나중을 극복하려는 우리들

훈육 교사 아래 교복 입은 삼천 명은 같다.
히틀러 아래 모든 유태인은 같다.

인형의 옷을 입고
인형의 집 인형의 미소를 지으며

칼 아래 나란히
나란히 목을 내민 열 마리 꽁치는 살아남으려 하지 않고 싱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