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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6273
· 쪽수 : 160쪽
· 출판일 : 2022-05-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경사 13
히아신스 15
마들렌을 위하여 18
꾸미지오 미용실에 마트료시카가 산다 20
미끄럼틀에 대한 예의 23
물 먹는 하마를 한 칸 옷장 안에 넣어 두다 26
섬진강 송사리 떼를 들여다보다 28
벽 30
센서등 32
나비와 정글짐 34
낙지를 들고 온 시인 36
회전목마 시절 38
우리 기린에게 아프리카를 다오 40
절대꽃, 팬티 42
등 44
봄날의 조건 46
미텐발트의 시간 48
제2부
오, 캘커타 53
백색 브리핑 56
파미르고원 가는 길 59
히잡을 모르는 것처럼 62
재와 보석 64
옐리스타시市 66
독일 수상 앙겔라 메르켈 씨에게 68
제동되는 시간 70
엘리베이터 72
아중저수지 74
숲 너머 강물은 곁을 거느리고 흐른다 76
봄날 나는 구이저수지에 간다 78
남고산성 숲 80
오필리아 82
제3부
제라늄 87
목련, 그것이 뭣이다냐 88
해후 씬 90
손 92
유언 94
그녀의 구조망 96
마삭줄 98
줄장미 100
딸기가 언제 무르는지 102
실연 104
민달팽이가 둥그렇게 몸을 말 때 106
두 귀가 깨어나는 날이 올까 108
응급실의 밤 110
썰물의 기억 112
유리의 계보 114
제4부
발은 햇빛이 모자라다 119
비로소 나를 지나며 힘을 얻는 순간 122
방음벽 124
비가 숨긴 계략 126
흰뺨검둥오리 128
삼일병동 130
해피트리 132
나는 은둔하는 사람 134
신은 상한 갈대를 꺾지 아니하고라는 말이 137
단풍의 자세 140
달성사, 여뀌꽃의 시간 142
해설
정재훈 필멸하는 것들을 향한 예의 144
저자소개
책속에서
물 먹는 하마를 한 칸 옷장 안에 넣어 두다
당신을 반려합니다
희미하다는 말을 들으면 달빛을 숲 가장자리에 놓았다
또렷해지지 않으면 그림자로 움직이는 거인을 키웠다
내가 만드는 길이 미로일 때
그들이 가꾸는 숲은 끝내 모호했다
푸르러지려 한 나무를 숲은 버리는가
에리카꽃 동공이 나를 찌르며 나아가고
누구도 오르지 않는 계단이 나를 향해 뻗어 온다
아픈 고백을 듣고 기도하던 사제들은 성당에서 멀어진다
차라리 나로서 마취되는 것만 골라 옷장에 넣어 둘까
연민에 솔깃한 방송국 사람들이 오랜 은둔을 찾아 취재한다
대낮에 쳐 둔 검은 커튼을 젖히며 태양을 심어 주겠다 한다
눈이 멀어요 커튼을 젖히지 말아요
캄캄한 방 안에선 유일한 표정이 산다
서른 살 늙은 아이의 얼굴은
최후를 모르는 새들의 동공을 갖는다 전화도 연락하는 법도 잊는다
습기와 눈물을 얼려 단단하던 하마는
죽어서야 비로소 보이는 물결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한다
물결은 고동치지 않는 심장을 연습한다
만져서 좋았던 것들과 나에게 지원되던 액세서리들은 강물에 떠다닌다
취업 안내서와 이력서와 핸드폰과 일기장
남겨지는 것과 버릴 것 사이에서 나를 보러 오진 않던 사람들이 흠향한다
향기로운 식물에 물을 주는 착한 사람이 불쑥 문을 열면
빛깔을 지닌 강물은 와락 쏟아지고
아무것도 움켜쥘 수 없어 물결을 이루고
색색은 겹쳐 검은 강물이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