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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0217959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4-12-2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칼 13
꿈 14
먹고사는 일 16
2월, 봄인가? 18
빠드레 빠드로네 19
우울 20
풍선 21
내 강아지 하영이에게 22
카페 ‘호롱불’ 24
등산 25
편평태선 26
중년 28
외계인 29
손 30
동네 한 바퀴 셀카 32
비 34
제2부
공 37
이 가을에 38
조팝나무 꽃 핀 봄날 40
블랙홀 41
사월 42
장미 43
화장터에서 44
눈물 46
가을 48
외로움 49
불면 50
20201010@.co.kr 52
비 오는 날 54
나의 시 56
정육점에서 57
병病과 병甁의 통로 58
제3부
풍경 61
집으로 가는 길은 공사 중 62
자술서 64
갈 곳 잃은 사랑 66
이별 연습 68
시가 되지 않은 시 69
가습기 70
팔월 72
전환 73
변기 74
섬 76
파도 77
노을 78
단풍 79
꿈틀꿈틀 80
2월의 목련 81
제4부
줄콩 85
벽화 86
어느 날 87
뫼비우스의 띠 88
10월, 서해에서 90
휴식 92
편지 94
친구들의 수다 96
사랑니를 앓으며 98
12월 31일의 일기 100
허수아비가 있는 풍경 101
2월의 마지막 날 풍경 102
달의 무릎 아래 104
남과 여 106
몸살 앓기 108
해설
유성호 돌아갈 수 없는, 돌아가야 할 시간 109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정시는 우리 삶이 이성에 의해 일사불란하게 균질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상상적 질서를 구축해 가는 속성을 띤다는 것을 알게 해 준다. 그 밑바닥에는 잃어버린 삶의 위의威儀를 회복해 보려는 시인의 열망이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여수니 시인은 어둑한 실존과 새로운 희망의 역설逆說 사이에서 궁극적 삶의 형식을 완성하고자 하는 언어의 사제司祭로 우뚝하다.
자신의 시 쓰기를 통해 자기 확인의 절실함 외에도 세계의 근본 이치를 탐구하고 해석해 가는 인지적 충동의 순간도 아름답게 보여 준다. 그 점에서 그의 시는 그만의 은은한 질감과 예기銳氣 그리고 역동적 서정을 함께 품고 있다 할 것이다. 그리고 그는 단순한 도취적 몽환이나 회상을 넘어 내면과 세계를 굳건하게 이어 주는 고유한 서정시의 기능을 완결성 있게 구축해 간다. 이때 시인의 상상력은 단순한 회고 취미나 자연 예찬이나 이념 지향으로 흐르지 않고, 삶의 가장 근원적인 가치들에 대한 탐색을 오롯이 수행해 가게 된다. 그 예술적 결정結晶이 바로 ‘시’로 현상하면서 ‘시인’이라는 자의식의 간절한 토로 과정으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해설 중에서
칼
―사과를 깎으며
칼은 조용하다
어둠을 등진 채 환하다
내 손이 손잡이에 닿는 순간
칼은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다
붉은 껍질과 흰 칼날은 친숙하다
사과의 부드러운 곡선과
날카로운 직선이 둥글게 둥글게 같이 돈다
달콤한 향기와 칼 속의 어둠이 교차한다
잠깐 날을 세우는 마음
살짝 미끄러진 손가락 속으로
칼날이 파고든다
피부의 근성이 피를 보인다
칼은 여전히 조용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