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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91156628170
· 쪽수 : 184쪽
· 출판일 : 2026-05-18
책 소개
묵은 쌀봉지에서 기어 나온 바구미 한 마리에서 “우크라이나 고집이나 팔레스타인 핏자국”과 “발목 많은 팔만대장경”을 읽고(「최전선」), 사흘 만에 돌아온 집 베란다에서 만난 초파리 떼를 “아름다운 적군”이라 부르며 “우주 하나를 통째로 버”린 죄의식을 끌어안는(「아름다운 적군」) 시인의 시선은, 미물과 정령과 귀신의 목소리를 알아듣는 ‘겹눈’의 자리에 가 닿는다. 한 티끌에 우주가 들어 있고 빈자리조차 촘촘하게 차 있는 인드라망의 세계에서, 그는 죽음과 삶이 회통하는 화엄의 풍경을 길어 올린다. 발문을 쓴 김해자 시인이 일러둔 대로, 그것은 “식인자본과 광기와 폭력으로부터 해방시키는 미학이자, 제유적 시쓰기”의 한 형식이다.
『길눈』의 시선은 하늘에서 내려다보는 매나 폭격기의 눈이 아니라, 폭격당하고 짓밟히고 화염에 구멍 난 땅 밑에 있다. 영도 신선동의 ‘각도가 애매한 이층집’과 흰여울 벼랑길, 백년어서원 창가에서 시인은 오늘도 ‘창세기’를 쓴다. 표류목을 기다리던 하급선원 아버지의 이야기는 그대로 시인의 자화상이 되고(「표류목」), 피란민들이 따개비처럼 걷던 벼랑 위에는 분꽃들이 다시 돌아온다(「흰여울 분꽃」). 에코사이드와 제노사이드가 맞물려 가속이 붙는 재앙의 시대, 김수우의 ‘길눈’은 길을 잃은 자의 발 앞이 아니라 발 뒤에서, 자박자박 따라오는 발소리에 귀를 기울이게 한다.
『길눈』은 K-포엣 시리즈의 마흔여덟 번째 작품으로 출간되었으며, 시집 일부는 영문으로 번역되어 『Way Sense』라는 제목으로도 함께 선보인다. 표지 작품은 오종 작가의 판화 〈Night of Seoul #3〉(2025)이다.
목차
1부
내가 모르는 것들
길눈
최전선
아직 끝나지 않은 문장
멸종을 학습한다
회전초
부유하는 안녕
티끌의 행운학
알맞고 싶지 않은
2부
아름다운 적군
B59층의 초현실주의
눈물화석
초움역
후둑후둑
실력의 방정식
사월 제문祭文
시체가 시를 쓴다
낮은 주파수
초롱아귀의 새벽
3부
그릇의 여행
표류목
궤도
깃털 검법
전부
미지근한 물 한 잔의 아라베스크
환웅의 꿈
새로운 안부
신선동 창세기
흰여울 분꽃
모과
4부
우두커니
빙하를 따라서 - 다시, 돌마에게
17층에서 아이가 추락하고 있다
노아의 방주
배불뚝이 장독의 독송
부탁
목련 독각
시인의 지형
별을 세는 법, 이천이십오년 일월
봄꿈
시인노트
시인 에세이 「흐르는 것들, 구르는 것들」
발문 「죽음의 상상력과 겹눈의 미학」 _ 김해자
저자소개
책속에서
신은 뒤에서 걷는다 헐벗은 발로 따라오는 신을 믿어라
앞장선 신은 가짜이니 쳐다보지도 마라 누군가 지어낸 빛의 추상이니
돈도 자유도 사과가 익는 시간도 잃어버린 단추처럼 뒤에서 굴러오니
시도 운명도 집으로 가는 길도 꼬리 잘린 그림자처럼 뒤따르는 중이니
앞에 있는 것들은 언제나 유혹과 착시, 긁어낸 생선비늘 같구나
_「길눈」 중에서
묵은 쌀봉지에서 새까맣게 기어나온 무수한 바구미의 무수한 이데아
그 치밀한 절망 그 꼬깃꼬깃한 혁명을 막을 수 있을까
갱신한 고독도 중독된 부조리도 최전선을 가지고 있다
_「최전선」 중에서
찌든 몸뚱이 아래 두꺼운 창세기가 흐르고 있으니
생존이라는 거룩한 슬픔이 물기둥을 세우고 있으니
_「표류목」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