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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475
· 쪽수 : 128쪽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사랑으로 방황하다
무적霧笛 ————— 12
사랑에 관한 정의 ————— 14
테왁 하나 섬 하나 ————— 16
꽃의 연가 1 ————— 18
꽃의 연가 2 ————— 20
앛물질 ————— 21
입춘 굿놀이 ————— 22
승부사의 깃발 ————— 23
춘몽유감春夢有感 ————— 24
사랑 고백 ————— 26
제로지대 ————— 27
무지개 ————— 28
제2부
동굴에서 만난 사람
동굴 1 ————— 30
동굴 2 ————— 32
동굴 3 ————— 33
동굴 4 ————— 35
동굴 5 ————— 36
동굴 6 ————— 38
동굴 7 ————— 40
왜가리 ————— 42
풍경 ————— 44
우수雨水 ————— 46
자유 ————— 48
간호사의 하얀 하품이 그네타기로 ————— 49
흔들리는 오후의 병원풍경 ————— 49
제3부
다시 사랑에 관하여
시골 장터 ————— 52
어판장 ————— 54
낮은음자리 ————— 56
건널목 산책 ————— 57
진실게임 ————— 58
가설 여행 ————— 59
분재盆栽를 꿈꾸다 ————— 60
소리 한 소절 ————— 62
어느 배달부의 우편낭 혹은 그의 그림자 ————— 64
초상 ————— 66
소년에게 ————— 68
‘답답하다’ ————— 70
제4부
말을 하자면
추락의 미학 ————— 72
홋카이도[北海道] 연가 ————— 74
물음표와 느낌표 ————— 75
등대 음모론 1 ————— 76
등대음모론 2 ————— 78
상실 ————— 79
어느 공사장의 이력 ————— 80
건어물 산조散調 ————— 81
송목松木 ————— 82
주간명월晝間明月 ————— 84
산술적 시간의 서설 ————— 86
달맞이꽃 피다 ————— 88
제5부
뚝! 돌매화 지다
몽당연필 낙서 ————— 90
어머니 ————— 91
암매岩梅 ————— 92
고양이 ————— 94
설흔雪痕 1 ————— 95
설흔雪痕 2 ————— 96
귀향 ————— 97
오조리吾照里 혹은 오조리烏鳥里 ————— 98
사월 이야기 ————— 100
이별 ————— 101
달빛 풍경 ————— 102
아직도 구천을 헤매고 다니시나이까 ————— 104
▨ 강중훈의 시세계 | 박현수 ————— 110
저자소개
책속에서
동굴 1
1
동굴에 사람이 살지 않는다는 건 당연한 이치다 동굴 속을 들여다보면 그 이치를 알 수 있으니까 한때 나도 동굴 속 살림을 살았던 기억이 있어서다 그렇다고 동굴에서 얻은 지혜와 영화와 번영 등을 그리워하진 말아야 한다 나는 지금 그 모든 지혜를 그 속에 두고 왔으므로
2
몇 번인가 그가 내게 물었지 ‘동굴에서 우리가 함께 살림을 차리면 안 될까’ 라고 그 순간 나는 몇 번인가 흘러가는 바람소릴 듣고 있었지 오직 바람과 나만이 알고 있는 소리 차라리 듣지 말았어야 했을 그 수많은 은어들을 엿듣고 있을 누군가가 있었으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과 함께
3
마땅히 쫓아야 하고 쫓아내야 할 거라면
내가 먼저 나와버리는 게 낫다는 걸 깨달았을 땐 이미 늦은 시간이었지
그와 내가 헤어질 때야 비로소 깨달았기 때문이거든
동굴에 메아리치던 울림을 좀 더 일찍 깨달았어야 하는 건데
그렇게 동굴은 모든 것을 비밀로 했던 거야
동굴 5
새들이 물고 가다 바닷가에 놓친
섬 바위를 볼 때마다
뒷산에 두고 온
동굴 하나가 생각나지
동굴은 바위틈에 뿌리내린
칡뿌리를 닮았으니까
칡뿌리를 캐어 진을 빨던 새는
바다가 빨릴 때까지 휘파람소릴 내니까
그리움이 있는 것은 모두가
그리움을 입에 물거나
그리운 입술을 깨물거나
그리움의 피를 빨지
새들이 숨어들던 바위 밑 동굴
입구에는 언제나
진한 칡 향이 묻어 있었으므로
무적霧笛
1
물살에 돌아앉은 섬들이 섬사람 곁에서 섬을 바라본다네. 섬과 섬 사이로 새벽안개 일고 바닷새들은 그들만의 창을 여는 시간, 섬은 섬사람들을 바라보며 생각에 잠긴다네. 생각이 깊을수록 섬은 안개 속 깊숙한 곳에 있고 밀어내고 싶거나 다가가고 싶은 섬이 그곳에 있음을 느끼지 못하네.
2
내 심장의 고동과 당신이 가느다란 손짓으로 일렁이는 파도의 깃발을 데리고 벌거벗은 채로 헤엄쳐 다녔던 예전의 강 같은 바다, 바다 같은 강의 감동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처럼. 섬사람들은 섬에 앉아 섬을 바라볼 뿐이라네. 저건 섬이고, 이건 섬이 아니고, 당신은 섬이고, 나는 섬이 아니고를 반복하다가 무적*에 취해 그만 잠이 들고 만다네.
3
알고 보면 다 그런 거라. 보이지 않다가도 보이고 보이다가도 보이지 않은 그게 섬인 거라, 그게 바다인 거라, 그게 사랑인 거라, 떠나려 해도 떠나지 못하는 이별인 거라, 고독인거라, 아픔인 거라, 그게 당신과 나인 거라.
* 무적 : 바닷길에 안개가 끼어 어려울 때 기척을 내기 위해 울리는 뱃고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