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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2536
· 쪽수 : 144쪽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방어 ————— 12
사내가 윙크를 했다 ————— 14
사양벌꿀 ————— 16
노가리 천 원 ————— 18
아놀드파마를 아시나요 ————— 20
처녀귀신은 발이 없다 ————— 22
나도바람꽃 ————— 24
안구건조증 ————— 25
We are from syria ————— 26
소만小滿 ————— 28
생생정보 ————— 30
점, 점 ————— 32
못 ————— 34
비올라쉬 ————— 36
게딱지에 텅 빈 바람이 분다 ————— 38
제2부
하안거에 들다 ————— 42
한여름 ————— 44
문맹文盲 ————— 46
가게가 나갈 것 같습니까 ————— 48
초복 ————— 50
시스루 ————— 51
개미 ————— 52
수근수근 카페 ————— 54
혜성 미용실 ————— 56
엉겅퀴 ————— 58
군인 ————— 59
샤론의상실 ————— 60
얼음, 땡 ————— 62
모과 ————— 64
해바라기 ————— 66
제3부
이곳은 통로가 아닙니다 ————— 70
공모자 ————— 72
정답이 없는 오후 ————— 74
짠지 ————— 76
그런 날 하나 ————— 78
그런 날 둘 ————— 80
어머니의 볶음밥 ————— 81
아이스께끼 ————— 82
안전모는 안전하지 못하다 ————— 84
화개장터 ————— 86
서푼짜리 소금 맛으로 따지면 천 냥 ————— 87
여월동 근처 ————— 88
그냥 술래할래요 ————— 90
자유로에선 자유로웠다 ————— 92
마른장마 ————— 94
제4부
바닥이 길이다 ————— 96
고해성사 ————— 98
술잠 ————— 100
7호선 ————— 102
고기 불판 ————— 104
짬뽕집 ————— 105
환승역에서 막차를 기다리다 ————— 106
텅 빈 저녁 ————— 108
검은 안경 ————— 110
돌은 안녕하신가 ————— 111
이브 껌 ————— 112
도둑맞은 시 ————— 114
두오모 광장에서 ————— 116
돼지껍데기 ————— 118
통조림 ————— 119
▨ 박영녀의 시세계 | 이성혁 ————— 12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이스께끼
비비빅을 먹는다
베어 물자 툭 떨어져 버린 그 여름
할머니 아이스께끼
여름방학 때 놀러 간 외갓집
햇빛에 발개진 샐비어
쫓아다니며 부채질해대는 할머니
보이지 않는다
해바라기 고개 숙일 때
고샅을 돌아오는
할머니의 잰걸음이 불룩하다
신작로 점방에 갔다 온다며
패인 주름이 웃는다
쌀겨 같은 흙먼지 일으키며
바삐 걸었을 뿌연 고무신
무명앞치마 속에서
검은 팥물 뚝뚝 흐르던
한 입 베어 물자
반은 땅으로 떨어져 버린
그리움
어머니의 볶음밥
비계 한 덩이 숟가락으로
꾹꾹 눌러가며 기름을 짜낸다
말랑말랑했던 것이 딱딱하게 굳을 때쯤
껍질로 남은 그날이 밥공기에 가득하다
여름 한때를 살찌우는 양식
볶음밥은 돼지기름으로 볶아야 맛있단다
여덟 살 기억이 맛있다
식은 밥에 소금 갈아 송송 썬 대파가
숨죽어 노릇노릇해질 때까지 볶는다
구겨졌던 몸을 일으키면 관절에서
삭정이 꺾어지는 소리인 줄 알고 놀란다
입맛 짧은 오빠가 좋아하는 밥
덤으로 먹을 수 있는 최고의 밥이다
볶음밥은 식기 전에 먹어야 맛있단다
오늘 하루가 식기 전 어머니가 보고 싶다
어머니 목소리가 아들과 마주 앉은
식탁 위에 차려진다
짠지
영동할매가 손끝으로 바람을 올리는지
벚꽃이 하얗게 피어도 춥다 춥다 하시던 어머니
묵은 항아리에서 남은 김치를 꺼내 군내를 털어냈다
짠지가 밥상에 올라오던 날이다
어머니는 김장을 하고 나면 항아리에 무를 넣고
켜켜이 소금을 뿌렸다
김장 떨어지면 이만한 것이 없지 하면서
무거운 돌로 눌러두었다
파란 청무를 좋아하는 과묵한 아버지 말수가 줄었다
어머니는 청무의 근원을 몰랐고 뇌경색으로 드러누웠다
어머니 뇌혈관에 소금꽃이 하얗게 피었다
묵은 짠지 항아리에도 골마지가 피었다
물컹거리는 짠지를 땅에 묻었다
삼월이 되면 입맛 없을 때 먹던 짠지
오랫동안 앓아누웠던 침상에서 속을 털어낸 항아리가 운다
잠시 영동할매 주름살에 바람이 고이면
봄은 다시 오려나
항아리를 감싸 안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