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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373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07-25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그랬다 서른이란 뒤척임이
결혼은 미친 짓일까요 12
커다란 양파 14
반려라는 반려 16
봉숭아꽃 빛깔의 보름 18
앙부일구 20
사월애(愛) 22
윤곽 24
햇살 드는 방에 세 들고 싶다 26
짧게 두 번 길게 한 번 28
SOS 30
제2부 그 여름은 다 어디로 갔을까
블랙아이스 32
숨어 살았다 34
당신의 그림자가 밟히던 그날부터 36
한 그루의 집 38
핑크뮬리 40
Dry flower 42
누드 크로키 44
흐림 맑음 흐림의 후드티 46
코끼리 하이힐 47
북엔드 48
딸기잼 50
도색 52
알약을 삼키듯 54
블랙 56
일곱 살 엄마는 나를 엄마라 부른다 58
제3부 서툴렀었다 그땐,
포도를 먹다 62
水요일에는 뜨거운 감자를 64
하프 66
윤유월 그믐 68
행동하는 비행 70
막간 72
걷는 사람 74
고객님 사랑합니다 76
끝물 78
스케일링 80
변비 ending 82
열대야라 했다 84
토네이도 86
해후(邂逅) 88
배꼽 90
제4부 적도의 석상처럼 그림자를 지우고
안녕, 엄마 92
가짜뉴스 94
돌꽃이 피었다구요 96
다시 시작하는 걸음마처럼 97
뿌셔뿌셔 98
티슈 100
올가미 102
천 일 동안 비가 내렸다 104
흰 106
동행 108
▨ 김혁분의 시세계 | 고봉준 110
저자소개
책속에서
당신의 그림자가 밟히던 그날부터
어떤 기억은 딸꾹질이 된다
그림자처럼
딸꾹
일기장에 접힌 시간을 공유하며
당신의 그림자가 밟히던 그날부터 딸꾹질이 시작되었다
눈을 감으면 조금 전에 일어난 일이
흐린 일이 되는 내게 눈썹 젖은 아침이 슬쩍 발을 내민다
침상의 그림자가 길어지기 시작했다
당신은 시시로 내 머리칼을 잡고 종일 어둠의 그림자는 우리 옆에 길게 누웠다
벽에 그림자를 늘이는 당신은 빗줄기처럼 하얗게 흘러내리고
젖은 바닥을 디디면 당신의 시간이 내 시간에 맞춰 발밑에 쌓였다
딸꾹
딸꾹
풀어놓은 시계가 빨라지고
가끔은 당신도 딸꾹질을 하고
한 그루의 집
푸른 잎들이 입으로 진화하는 식물성의 수다
목에서 시작된 나는 목을 벗어날 수 없는 영어(囹圄)다
물만으로 응집할 수 없는
작은 알갱이 같은 물음이 가득한 잎
1할의 흔들림을 반복하여 쌓아 올린 입들
무(無)로 돌아간 당신처럼
목에서 몫까지 뻗고 뻗으며 날마다 수런거림은 커지고
바람이나 바램으로는 일어설 수 없는
진짜 거짓말처럼 답 없는
나는
타다 남은 숯이거나 여타의 먼지로 흩어진대도
시작과 끝과 이설(異說)이 한 몸이라는 소문처럼
木에서 유래한 1할의 몫이다
나는,
목에서 목을 이어 서까래를 올리듯
다섯 개의 목을 기둥으로 세운 한 그루의 집
천 일 동안 비가 내렸다
은비녀를 닦다 그림자가 사라졌다
너는 이제부터 구름의 딸이라고 우주가 쏟아져 머리를 적시고 구름과 걸음 사이 적도(赤道)의 석상처럼 심장이 사라졌다
먹구름을 만들고 비구름을 만들고 지나가는 당신의 걸음을 뒤쫓아 간다
돌아갈 북회귀선 위로 발소리를 지우며 어둠이 내려
물방울은 바닥에 방울을 만들고, 물방울을 지우고 사라지면 다시 태어나는 방울, 물방울들
영 지워지지 않는 눈물방울 같은 하늘은 보이지 않고 낙숫물 소리 처마 끝을 늘이고 당신의 뜰에 빗소리 종일 그치지 않고
불쑥, 젖은 귀를 잡으며 네가 딸 같아 좋다던 당신이여 태양이 지나는 회귀선에선 당신의 그림자로 돌아가 딸이 될게요
천 일 동안 비가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