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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043434
· 쪽수 : 128쪽
· 출판일 : 2023-10-20
책 소개
목차
● 시인의 말
제1부
연근조림 10
순간 12
아욱국 14
고등어조림 16
땡초전 18
양꼬치 20
골뱅이무침 22
순두부 24
취하 26
오징어볶음 28
아귀찜 30
청국장 32
굴국 34
동태찌개 36
김치찌개 38
깻잎전 40
제2부
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이는 법 42
매콤한 음식을 먹는 법 44
삼시세끼 46
주말 브런치 49
미혼모를 위한 제언 50
빈집에서의 하룻밤 52
목숨 걸고 차린 생일상 54
비빔밥 1 55
꽁보리밥 56
고양이와 개, 그리고 늑대의 시간 58
퓨전 음식점 60
25시의 그녀 62
주말 부부 64
숨긴 것들 혹은, 슬쩍 던져두었던 것들 66
제3부
수제비 70
비빔밥 2 72
닭똥집 74
코다리찜 75
잔치국수 76
홀로 제사상 차리기 78
아침밥 80
감자 짜글이 82
닭볶음탕 84
동태탕 86
겸상 87
슬픔은 어디에서 오는가 88
오골계 백숙 90
가자미 91
맛을 두들기다 92
하지감자 94
이런, 된장 96
호박풀떼 98
분리수거 100
▨ 이태관의 시세계 | 김규성 10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욱국
중력을 이길 수 없었던 그녀가
추레한 모습으로 익숙한 듯
골목길로 들어선다
새로울 것 하나 없던 그곳이
그녀가 몰고 온 바람에 잠시
흔들리는 사이
아이 울음이 없다
개 짖는 소리만 요란한 그곳에
숭숭 뚫린 구멍들 사이로
바람이 불고
노을이 스미고 있었다
사립문 닫고 먹는다는 아욱국
잊고 지내 온
그 내음이
그녀의 발길을 돌려 세웠나
가로등 깜박이는 사이
개 짖는 소리도 멈춘 그곳에
밤새워 두런거리는 소리
토닥이는 소리
그래서 초라하지 않을 한 생을
감싸 안고 있었다
어둠 속에서 라면을 끓이는 법
길고양이의 발자국을 따라가야 해
거실을 걸을 때도
화장실을 다녀올 때도
소리를 내어서는 안 되지, 그건
고단한 그녀의 하루를 깨우는 일이야
조용한 발걸음이
나뭇가지에 기대어 잠든 참새의 한 생을 덮쳤다
딸각, 가스 불을 켜자
스탠드에 불 들어오듯 그녀가
문을 열고 나온다
함께 먹을까
당신은 꼬불꼬불한 맛과 축 처진 맛 중에
무엇을 좋아해?
한여름에 니트를 빨듯
그녀의 얼굴에 주름이 진다
그러게,
길고양이의 발걸음을 닮으랬잖아
아니면
어둠 속에서 먹이를 찾는
생쥐의 눈동자가 되던가
빈집에서의 하룻밤
밥솥 코드가 빠져 있다
국이 남아 있을 리 없지
장마철엔 마음보다 먼저 음식이 상하죠
먼 산 바라보다 오늘은 나만을 위해 음식을 만들기로 해
내가 무엇을 좋아하지?
아내의 출장은 내일까지네
간단하게 김치전에 막걸리?
애들은 잘 지내고 있나
삼겹살 좀 끊어올까?
아니야, 집에 냄새가 배면 곤란해
냉동실을 뒤적이다 찾아낸 청국장 한 덩이
철도 없이
철 하나도 없이
밥상에 기름 냄새도 좀 풍겨야 하는 거 아뉴?
이제 와 그 말 취소하기엔 너무도
늦어버렸지만
코인 육수 한 알에 김치 송송
보글보글 끓어오르면 애호박 청양초 두부 반 모
꿉꿉하게 피어오르는 그 내음에
하릴없이
빗물은 하릴도 없이
눈물로 뚝뚝, 떨어져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