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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1222556
· 쪽수 : 320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2조, 스탠바이.”
“3조, 스탠바이.”
“4조, 스탠바이.”
“고우, 점화하라.”
콰콰콰~쾅.
콰콰콰~쾅.
음력 섣달 그믐밤이라 평소의 밤보다 더욱 어둠이 짙게 깔린 남한산성 안. 오늘 낮에 있었던 일 때문에 뜻을 같이 하는 사람들끼리 삼삼오오 모여 의견을 나누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생전에 들어 보지도 못했던 큰 소리가 하늘에서 산성 안으로 울리자, 사람들이 놀라 소리가 울리는 밖으로 하나 둘씩 뛰쳐나왔다.
그 순간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이 성안을 감돌았다. 그 웅장한 소리가 산성의 구석구석을 울리며 반사되어 모두의 귀에 큰 울림으로 들렸다.
“이, 이것이 무슨 소리인가?”
“저, 전하, 신이 알아보겠사옵니다.”
“스, 스, 승지는 어서 나가 보아라! 어, 어서!”
성안 곳곳에 울리는 소리는 인조가 있는 편전에서부터 성첩을 지키는 병사들의 귀에도 엄청난 울림이 되어 들렸고, 듣는 사람들은 혼비백산했다.
한참을 울리는 소리에 성안의 모든 사람들이 밖으로 뛰쳐나와 어디에서 울리는 것인지 찾느라 허둥대며 정신을 못 차렸다.
한동안 온 산성에 울리던 큰 소리가 잦아들 즈음에, 놀라서 밖으로 뛰쳐나온 사람들의 머리 위에서 엄청나게 밝은 오색 빛이 빛났다. 그리고 하늘에 사람의 형체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다.
“어~어허, 귀, 귀, 귀신이다!”
“하, 하늘에 귀, 귀신이 나타났다!”
“사, 사, 사람 살려! 귀, 귀, 귀신이다!”
<종~아, 네 이놈, 종~아. 당장 이리로 나오지 못하겠느냐?>
하늘의 형상이 누구를 찾는지, 갑자기 큰 목소리로 사람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성안은 기절하는 사람, 도망가는 사람, 땅바닥에 주저앉는 사람, 엎드려 고개를 땅에다 박는 사람 등 각양각색의 사람들로 혼란했다.
<백성들~아, 불쌍한 백성들~아, 놀라지 말~라. 과인은 강헌대왕이니라. 이 나라 조선을 개국한 태조 강헌대왕이니 너희는 놀라지 말지어다. 네~이놈, 종이는 당장 나오지 못하겠느냐, 이 할아비가 네놈의 목을 잡아끌어야만 나오겠느냐. 천하에 죽일~놈.>
하늘에서 뚜렷하게 빛나는 사람의 형상이 우렁찬 목소리로 말하니, 성안의 사람들은 모두가 똑똑히 그 말을 들었다.
탕!
우측에 언덕이라 할 수 없는 조그만 높이의 둔덕에서, 권총소리를 신호삼아 50여 정이 넘는 조선군 기병총이 러시아 기마들을 향하여 불을 뿜었다.
타탕, 탕, 탕, 탕, 탕!
“히히힝!”
“으악!”
“아악. 기, 기습이다!”
타타탕, 탕, 탕, 탕, 탕.
요란한 총소리가 울리자, 조선군을 향해 돌격하려고 기세를 올리던 러시아 코사크 기마부대의 말과 사람이 함께 우수수 쓰러졌다. 천둥같은 총소리와 주변의 소란 때문에 총에 맞지 않은 말들도 미친듯이 날뛰다가 강으로 뛰어들거나 기수를 낙마시켰다. 코사크 기마부대는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었다.
“중대 앞으로, 놈들을 모두 잡는다. 무기를 들고 반항하면 사살하라. 중대 앞으로, 앞으로 돌격.”
유리 안드로모프 중위는 자기가 막 돌격명령을 내리려고 하는 순간 요란한 총소리와 함께, 자기가 타고 있던 말이 앞으로 고꾸라지는 바람에 땅바닥에 내동댕이쳐져서 정신이 가물가물했다. 아득히 먼 곳에서 비명소리와 고함소리가 들리는 듯도 한데 눈앞은 자꾸만 흐려졌다.
누군가가 자기를 흔들며 부르는 소리에 흐릿한 눈을 연신 껌벅이며 간신히 정신을 차리고 보니, 좀 전에 본 조선군 대위와 복장이 비슷한 조선군이 빙긋이 웃으며 자기를 흔들며 깨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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