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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61432290
· 쪽수 : 138쪽
· 출판일 : 2023-07-3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_5
제1부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 _12
나, 나의 반성 나의 맹서 _15
난방비 _18
눈물이 주르르 _19
대용식 _21
마누라 _22
마음에 들인 정자 한 채 _23
부부의 날에 _25
부부의 업보 - 못이 별이 되어 _26
부부탐구 _28
스트레스 즐기기 _30
쓰리랑 부부 _31
아낌없이 내줍니다 _32
어떻게 알았는지 _34
인욕스님 챤제바리 _36
인忍 _38
제2부 고추를 따면서
고추를 따면서 _42
구두를 보내며 _43
기껏 처먹고 티비나 보고 있는 너는 누구인가 _45
나를 위하여 세상을 위하여 _47
내 여인은 냉장고 _49
돼지보다 더 낮은 수준으로
나는 아내에게 사육 당한다·2 _50
사모님 _52
신발의 궁합 _53
아내에게 먹히는 시 _54
어머니의 木쟁반 _56
역원근법 _57
우기의 시·2 _58
위대한 김연복 여사 _60
창문을 바꾸어 달면서·2 _63
평화주의자 구선생을 위하여 _65
하늘 沼 _67
제3부 꽝
55 그리고 朋 _70
개똥참외 - 야생은 모두 셀프 _72
겨울밤에 _73
기우인가 관심인가 _74
꽃이여 이제 겨우 - 희에게 _76
꽝 _78
두 여인을 찾아서 _79
떡 _81
먹장구름·2 _83
사랑받는 지어미 _84
어버이날을 맞아 _86
우리 설날 _88
이산가족 찾기 _89
할아버진 만날 어린아이 _90
화장실에서 _92
제4부 너도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21세기 보름달 _94
哭. - 어머니의 筆跡 _95
냉이와 달래 _96
너도 밤나무냐 나도 밤나무다 - 현대시 전시장에서 _97
농자천하지대본 - 농사꾼의 자부심 _99
볼펜탑 _100
비빔밥 비벼먹기 _102
흥성대는 사강 회센터에서 _104
사탕을 먹는 방식과 사탕의 정의 _106
자판기 _108
제 눈의 안경 _110
조개 하나 손바닥 위에 올려놓고 _112
조개를 구워먹으며 _113
조개와 열쇠의 상관어법 _114
조개와 조개박사 _115
큰 눈 온 날에 희비극 _117
작품해설_
박주하·모순을 품고 달관의 세계로 걸어가기 _120
저자소개
책속에서
‘부부’가 ‘붑’이 되기까지
예수님은 결혼도 못한 서른세 살 젊은 나이에 십자가에 못 박혔다 하고
부처님은 야소다라비와 결혼하여 아들 라훌라를 두었다지만
아직 달콤한 신혼이나 다름없는 29세에 집을 나왔다 하고
공자님 역시 외아들 鯉를 낳지만 집에 붙어 있지 못하고
상갓집 개처럼 세상을 떠돌았다*하니
일찍이 장가들어 생기는 대로 아이 낳아 키워내고
은혼 금혼을 넘어 회혼을 바라보는 나는 누군가
젊었을 때는 아옹다옹 티격태격 사랑싸움도 하면서
우려내는 퀴퀴하고 시금털털한 맛 묵혀왔지만
나이 들어갈수록 점점 심해지는 눈 흘김과 꽥 소리 지름
온갖 참견 그 많은 구박 다 받아가며 까닭 없이 들들 들볶이며
일방적으로 당하기만 하는 결혼생활 힘들어
하루에도 몇 번씩 이혼을 꿈꾸며 꿈으로 끝내고
모멸과 수치의 나날을 살아가는 나 왜 사는지
전지전능하고 대자대비하고 생이지지했다는 그들이 알까
다른 건 몰라도 애송이 예수님은 나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고
결혼 초반에 가정을 버린 부처님도 마찬가지 나를 모를 것이고
가부장적 권위만을 앞세워 마나님을 쫓아낸 공자님도 다를 게 없어
쇠심줄같이 질기디 질긴 부부의 끈을 이어가며
부부夫婦가 부부婦夫로 어느새 자리바꿈하고
다시 부夫의 존재가 마모되어
부부는 일심동체 부부婦夫가 둘 아닌 붑이 되기까지
견디어온 아픔 정말 장하다 할까
어리석다 할까
21세기 대한민국의 남편들
실은 부처님 오신 날이면서 부부의 날인 오늘
몇 송이 꽃을 바쳐 볼까
맛있는 외식으로 유도해 볼까
몇 번의 경험으로 미루어
일심동체一心同體는 결코 쉽지 않아
백방百方이 백방白放으로 끝날 수도 있어
붑의 꿈도 물 건너가고
말짱 도루묵 나무아미타불 아멘
나무관세음보살 아멘
*사마천의 사기 공자열전에서
나, 나의 반성 나의 맹서
나, 나라는 사람은 나쁜 사람입니다
밴댕이 소갈머리에 쥐머리에 소견머리 소갈딱지 없고
방정맞고 게으르고 못 참고 못 하나 못 박는 무엇도 할 줄 모르는 무능한 사람
남을 배려 못하고 저만 아는, 저만 위하는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아주 나쁜 사람입니다 나는
평생 살을 맞대고 살아오며
가장 가까이서 나를 지켜봤을 내 아내의 입에서 쏟아져 나온 말들이니
맞겠지요 나는 정말 밥만 축내는 나쁜 남편입니다
이루 다 말할 수 없이 아주 나쁜 놈입니다
남들은 나를 순한 사람 편한 사람 양보할 줄 아는 사람 너그러운 사람 마음 넓고 이해심 많은 사람 적응 잘 하고 잘 참고 잘 견디는 사람 어쩌고저쩌고 말들 하는데
다 틀렸습니다
나를 아는 대부분의 사람들
오랜 고향 친구들 오랫동안 같이했던 직장동료들 오랜 제자들
상당한 이해관계가 얽힌 사람들 오다가다 한두 번 만난 사람들까지
남들은 남들일 뿐인데 날 알면 얼마나 알겠습니까
다 틀렸습니다 그게 아닙니다
이십 초반에 만나 팔십 넘도록 오랜 세월동안 시간과 공간을 같이 쓰고 나눈 내 아내
그 누구보다 나를 잘 안다는 내 아내는 이 모두를 한꺼번에 다 부정합니다
모두 틀리고 그 반대입니다
아내의 소신은 오로지 그 반대말입니다
슬픈 일입니다 나는 지금 아주 슬픕니다
앞으로 남은 세월동안 우선적으로 아내에게 더 잘해야겠습니다
만인에게 인정받기보다
단 한 사람 내 아내가 눈곱만치라도 긍정해 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나는 애처가인가요 공처가인가요
아, 이 시각부터 애처가요 공처가
나를 오롯이 비우고 오로지 아내에게 올인, 어린 양같이 순종만 하겠습니다
난방비
외출할 때 입어야할 외투를 방안에서 입는다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랫동안 각방을 쓰는 아내는
내방에서 난방비를 올린다고 투덜댄다
‘어허, 오늘부턴 합방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