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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사진/그림 에세이
· ISBN : 9788961886796
· 쪽수 : 312쪽
· 출판일 : 2010-02-08
책 소개
목차
바다가 보이는 집
살아있는 자명종
그래서 바다로 가다
명명
바닷가 오두막
옆집 남자
냉장고와 화장실
해변의 카우보이
손님들
말리는 것이 사는 것이다
어떤 친구들
강원도에 없는 것
남의 돈 먹기
쥐와 사람
바다를 떠나서
멍멍 꼬끼오 프로젝트
첫 번째 애완견
동해의 러시아인들
사랑할 때와 죽을 때
한여름의 해수욕
처음 간 동물병원
개의 지능
새로운 식구
닭 치기 시작
옆집 선생님께 보내는 편지
12월의 산책
개의 정의, 이달고
사라진 개
괴링과 숙녀들
마을 송년회
눈에 갇히다
그래서, 나는 묵호
닭
첫 달걀
둘째 개
착한 개 vs 못된 개
개의 사랑법
왕국없는 왕녀, 타이거
내 이웃을 소개합니다
5월의 선물
한여름 밤의 와인 파티
유기농을 좋아하세요
엄마가 되기 위해 지켜야 할 것
감성돔 미용실
히치하이킹과 할머니들
더 주고 덜 받기
영원한 긍정
에필로그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더 나은 내일을 꿈꾸지만 오늘도 결국 어제와 다를 바 없이 흘러가고 있음을 알면서도 다시 한 번 더 내일을 기약할 뿐, 그 순간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문을 열고 바깥으로 나갈 생각은 하지 못했다. 변화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사실, 이 나이쯤 되면 누구나 그런 생각을 종종 하게 되는 것이다. 제발, 이제야말로, 하는 지겨운 결심 말이다.
이제야말로, 오래 연장된 유년기에서 벗어나 나만의 삶을 살아야 할 시기였다. “어머, 정말 희한한 사람이지 뭐야” 하는 눈총을 받든 말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더 이상 미루지 말고 행해야-그것도 당장!-마땅한 그런 나이였다. 하고 싶은 것이 뭐더라…….
서울을 떠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30년 넘게 한 도시에서 살았으니 어디로든 떠나도 아쉽지 않을 만큼 기나긴 시간이다. 서울을 벗어나 가급적 먼 곳으로, 사정이 여의치 않으면 혼자서라도 가기로 결심을 한 것은 바로 이 무렵이었다.
언덕에 옹기종기 조그만 집들이 들어차 있었다. 좁은 비탈길을 따라 그 위로 올라가보았다. 노인의 마른기침 소리가 들리고, 담에 걸어놓은 검은 그물이 보였다. 전형적인 어부 마을이었다. 마침 날이 아주 맑았다. 차가운 바람이 불고, 이마에 와 닿는 햇살은 노랗고 습기라곤 없이 바삭거렸다.
파란 바다와 똑같은 색깔의 하늘이 맞닿은 수평선, 도시에서는 한 번도 본 적 없는 완벽하고 거대한 일직선이다.
그 풍경이 좋았다. 그 이상이었다. 여기서 살면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6월이라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거기서 살기로 했다.
내가 빌린 오두막집은 파란 바다와 방파제가 내려다보이는 위치에 있었다.
“……도시에서 요양하러 내려오는 사람들이 간혹 있소.”
조용한 인상의 집주인 아주머니가 말했다.
“……그림을 그리는 분인가 보군.”
이삿짐 속에 끼어 있는 화구를 우연히 본 아줌마는 이렇게 말했다.
그래서 나는 요양 차 시골로 내려온 화가가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