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종 1

“그쪽 연예인이잖아. 정식 스폰서 제안을 숱하게 받은 나야. 연예인의 생리는 누구보다 잘 알지. 대가를 바라는 관계가 아니라면 이것저것 잴 것 없이 본격적으로 한 가지 목적을 드러내야 하는 것 아닌가? 날 만나러 나온 의도가 뭔가?”
그는 지금 루애의 속셈마저 파악하려 들고 있었다. 겉으로 드러난 한 가지만 볼 마음은 애초에 없어 보였다. 스폰서가 아니라면 곧바로 불장난을 해보자는 말인가? 결혼에 대한 생각이 없으니 지금 그를 잡으려면 불장난에 동참하겠다 하는 편이 현명한 판단일지 모른다.
“연애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재벌가의 남자와 만나 보고 싶었어요. 나같이 밑바닥부터 시작한 여자들은 기본적으로 재벌에 대한 환상이 있거든요. 그렇다고 무작정 보자마자 연애를 하자는 건 어불성설이고, 그보단 친구처럼 지내고 싶은데 어렵나요?”
“친구?”
핏, 후연이 어처구니가 없는지 소리까지 내며 입가를 살짝 휘었다 재빨리 얼렸다. 그가 손끝으로 소파 팔걸이 부분을 톡톡 두드리며 잠시 그녀를 응시했다.
“살면서 처음 듣는 소리군. 여자가, 나에게 친구하자고 제안한 건.”
후연이 싸늘하게 표정을 굳히고 입가에 냉소를 머금었다. 갑자기 그가 몸을 벌떡 일으켰다.
“친구라면 다른 데 가서 알아봐. 나는 관심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