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의 정부 1

“나를, 기억하나?”
“……다, 당신이 왜 여기에 있어?”
“많이 변했군.”
그는 그녀가 치욕스러운 기분을 느끼길 바라며 그녀의 모습을 위아래로 훑어 내렸다. 그러자 그의 의도대로 그녀의 얼굴이 붉게 변했다. 하지만 자신이 원했던 일임에도 불구하고 그녀가 자신 앞에서 느끼는 치욕스러움은 그의 마음을 통쾌하게 만들어 주지 못했다.
“참, 더러운 인연이지?”
“그러게요. 이 세상에서 다시는 만나고 싶지 않은 당신을 이곳에서 만나게 되다니 정말 더럽네요.”
그를 만난 것에 놀라 말 한 마디 제대로 하지 못하던 그녀가 갑자기 이성을 찾은 듯 차갑게 대답했다. 순간 10년 동안 죽이며 감추고 살았던 그의 분노가 치고 올라와 그의 얼굴을 분노로 물들였다.
“뭐라고?”
“뭘 그렇게 놀라고 그래요? 그럼 당신은 내가 만나고 싶었나요?”
“하…… 예나 지금이나 그 당당함만은 잃지 않았군.”
“당신같이 비열한 사람 앞에서 당당하지 못할 이유가 없으니까요.”
“지금, 비열이라고 했나?”
“왜요? 당신에 대해 내가 너무 정확히 알고 있으니 당혹스럽나요?”
“지금 내 앞에서 그 입을 그렇게 놀릴 때가 아닐 텐데. 당신 딸이 누구 손에 있는지 잊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