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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2016833
· 쪽수 : 480쪽
책 소개
목차
序章 一
序章 二
제1장 시작된 운명
제2장 또 다른 운명과 마주하다
제3장 낯선 세계로의 적응기
제4장 개화(開花)하다
제5장 축제전야
제6장 예물의식의 밤
제7장 야화(野花)의 밤
제8장 바람이 불어오다
제9장 류트의 밤
제10장 붉은 회오리바람
제11장 운명, 그 시작
제12장 드러나는 진실, 그리고……
終章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크흠.”
그녀의 깊은 상념을 뚫고 들려온 낯선 사내의 기척에 리는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뿌연 수증기 사이로 방금까지 눈앞에서 떠올렸던 분이 환영처럼 서 계신 게 아닌가.
“폐, 폐하께서 여긴 어쩐 일로…….”
진은 스물다섯 해를 살아오면서 자신의 감정이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제멋대로 날뛰게 놔둔 적이 없었다.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제어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팽배했기에 황비를 향한 욕망을 더 이상 억누르고 싶지 않았다. 욕망을 분출하고 나면 두 번 다시 이런 욕념에 휘둘리지 않을 것이다. 하여 황궁으로 돌아가는 대신 황비가 들어간 이곳으로 발길을 돌렸다.
“폐하께서 환궁하지 않으시고 왜…….”
당황하여 어쩔 줄 몰라 하는 그녀의 상태를 눈치 채지 못했는지 아니면 모르는 척하는 건가. 황제의 눈길은 그녀에게서 거둬질 줄 몰랐다. 리의 심장이 펄떡 펄떡 소리를 내며 뛰었다. 리의 입술에서 한숨처럼 긴 신음이 흘러나왔다.
“하아…….”
꽃봉오리처럼 예쁜 입술에서 비음처럼 새어 나온 한숨 소리가 황제의 욕망을 더욱 부채질했다. 진은 환궁하는 대신 황비를 따라 들어올 적에 이미 끓어오르는 욕망을 발산하고자 각오를 단단히 굳힌 터였다. 하여 타오르는 욕망을 억누르지 않았다.
“저, 저어 폐, 폐하?”
“쉿, 조용히. 지금은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라 사랑을 나눌 때요.”
리는 심히 당혹스러웠다. 그 와중에도 황제의 입에서 나온 생소한 단어에 고개가 갸웃거려졌다. 사랑? 황제께서 진정 황비를 사랑했던가. 그런 리의 속마음을 알아차리기라도 한 듯 진은 남자다운 입술 끝에 그 특유의 오만한 미소를 띠며 말했다.
“항상 다른 이들에게 과시하기 위해서였긴 했으나 표면적으로는 언제나 내 사랑에 목말라 허덕였던 걸로 아는데, 아니었나?”
표면적이었다고?
“자신만 사랑할 줄 아는 지극히 이기적인 그대였는데, 오늘의 행동은 참으로 감동적이기까지 했어. 감히 제국의 황제인 내가 그대를 따라 이곳까지 들어오게 만들었으니 말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