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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2030877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12-03-15
책 소개
목차
섬 · 7
똥개 · 33
히말라야의 피리소리 · 55
북극성으로 가는 문 3 ― 나를 찾아서 · 83
동행인 · 109
쌍행목雙杏木 · 135
작가의 말 · 221
저자소개
책속에서
섬으로 가는 선착장 옆 주막 주변으로 어둠과 비가 함께 내린다. 주막 처마 밑에 돋을새김 되어 있는 <바르도>란 술집 이름이 선명하다. 어둠에 조금씩 먹혀가고 있는 풍경들은 촉촉이 내리는 가랑비에 젖어 녹아들어 간다. 물비린내 섞인 바람이 몸뚱이를 뒤채면서 혓바닥을 내밀어 눈길이 닿는 곳 모두를 핥아버린다. 끈적끈적하다.
서너 개의 나무 탁자와 의자가 놓여 있는 주막 안을 낡은 형광등이 비춘다. 가끔 떠는 불빛 아래 두 사내가 마주보고 앉아 있다. 담배를 피우고 있는 사내는 누렇다 못해 황톳빛으로 찌든 얼굴이다. 입고 있는 낡은 방한복 옆구리론 털 몇 오라기가 터져 나와 추레해 보인다. 턱 주변에는 새치가 섞인 턱수염이 돋아나 있어 털이 빠지기 시작하는 늙은 닭처럼 느껴진다. 앞에 놓인 재떨이엔 더 이상 비벼 끌 자리도 없이 꽁초가 수북하다.
맞은편에 앉은 사내는 술을 마시고 있다. 술잔에 소주 한 잔을 따르고 난 다음 잠시 뜸을 들였다가 두 손으로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시고 내려놓는 사내의 몸짓은 단정하고 엄숙하다. 진지한 자세다. 누런 얼굴의 사내와는 달리 검푸른 빛을 띤 까만색으로 번들거리는 얼굴이다.
벽에 붙은 장식장 앞으로는 나무로 만든 카운터가 보인다. 그 뒤에 앉은 주모는 짧게 깎은 머리를 흰색으로 염색한 젊은 여자다. 손에 작은 거울을 들고 있는 주모 얼굴은 두 사내 쪽으로 향하고 있지만 시선은 그 너머 술집 문 언저리에 가 있다. 누군가를 기다리는 모양이다. 바람이 부는지 나무문이 덜컹거린다. 주모가 문 쪽을 본다. 들어오는 사람은 없다. 헐거워진 경첩 사이로 스며들어온 바람이 술집 한가운데에 놓인 연탄난로 주변을 휩쓸고 가자 비릿하고 아린 가스냄새가 바닥에서 피어오른다. 손거울을 들여다보고 느릿느릿 일어난 주모는 주전자를 집어 들어 바닥에 물을 뿌린 다음 스탠드 끝 옆벽에 놓인 텔레비전을 켠다.
텔레비전에서는 게임방에서 보름 동안 게임을 하던 학생이 죽었다는 뉴스가 흘러나온다. 갑자기 쓰러져 죽은 아이는 고작 중학생이었다는 말과 게임중독증이라는 용어가 소개된다. 누런 얼굴이 심란하다는 말투로 담배연기를 날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