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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2030358
· 쪽수 : 198쪽
· 출판일 : 2009-10-19
책 소개
목차
메추라기와 뻐꾸기 · 7
호랑이 눈썹 · 23
잃어버린 사진 · 33
도끼로 발등 찍기 · 45
백동전 · 55
주막에서 · 63
뿌리 뽑힌 것들은 흔들리지 않는다 · 78
미꾸라지 · 92
쌍가마 · 101
뻔한 이야기 · 109
궁합 · 116
사랑니 · 126
사랑을 가르칩니다 · 136
빨간 털모자 · 145
작가 후기 · 19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아무것도 아닌 일이 작가의 시선에 의해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순간을 만날 때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김양호의『호랑이 눈썹』은 지나치기 쉬운 일상들을 작가의 날카로운 시선으로 건져 올린, 가볍지만 결코 가볍지 않은 소설이다.
소설을 읽다보면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만나게 되고, 때론 타인의 삶에 공감하기도 하고, 더 나아가 작가의 따뜻한 마음을 만나게 되는 지점에서는 가슴이 울컥해지기도 한다. 거창한 주제의식을 말하지 않고, 목소리를 높여 주장하지도 않는다. 하지만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나게 되는 인물들을 통해 ‘아하! 그렇구나’ 하는 미소가 살짝 스쳐지나 가는 것까지는 막을 수가 없을 것이다.
마누라가 암소면 자신은 황소 정돈 돼야지 이게 무슨 경우냐 싶어 고개를 갸웃거리며 거울 속을 다시 쳐다보았다. 맹 서방의 눈이 순간 황소 눈보다 더 크게 떠졌다. 거울 속에서 암소 궁둥이에 달라붙어 피를 빨아 먹고 있는 쇠파리의 모습이 보였다. 초록색으로 번들거리는 몸통에 날개가 시커멓고 다리에 털이 숭숭 나 있는 쇠파리였다. 끙 소리를 내며 맹 서방은 호랑이 눈썹을 내던졌다. 마누라가 소라면 자기는 그 피를 빨아먹는 쇠파리가 된 셈이 되는 그런 꿈을 꾼 거였다.
― 「호랑이 눈썹」 중에서
그렇다. 그 모자는 또 다른 아버지였다. 아버지의 또 다른 모습이었다. 자신이 느끼고 있었던 아버지의 또 다른 형상, 아니면 숨겨졌던 실체의 적나라한 모습인지도 모른다. 아니, 그렇다. 분명히 그렇다. 추하고 비루하고 볼품없는 모습, 마치 시궁창에 빠진 쥐새끼의 털가죽처럼 보이는 그게 바로 자신이 느끼고 있었던 아버지의 본모습이었는지 모른다. 그렇다. 가난을 천직으로 삼아온 늙은 신기료장수, 식은 밥에 짠지 하나로 허겁지겁 풀칠해야 했던 구차스런 홀아비의 또 다른 모습에 지나지 않았다.
― 「빨간 털모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