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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2531411
· 쪽수 : 372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_ 04
프롤로그 _ 10
제1장 나의 유년기
풍작과 복덩이 _ 16
말이 느리고 어눌한 아이 _ 21
고구마와 변소 _ 26
하숙집 아들 _ 30
회초리와 거짓말 _ 34
중학교에 떨어지다 _ 38
제2장 청춘의 길목에서
남은 원서로 들어간 공업고등전문학교 _ 44
가지 않은 길에 대한 동경 _ 48
우정 _ 51
님의 침묵과 첫사랑 _ 55
산사에서의 한 달 _ 60
공무원 시험 합격 _ 63
제3장 사회 초년병
크리스마스와 첫 봉급 _ 68
가라 출장과 적금통장 3개 _ 72
도박의 교훈 _ 75
나쁜 시력과 군대 _ 78
인기 좋은 총각 기사 _ 86
일편단심 민들레 _ 89
일을 몰고 다니는 사람 _ 93
사무관 승진 _ 98
아버지와 회 _ 106
서른 넘어 시작한 진짜 공부 _ 112
위 십이지장 천공 수술 _ 119
어머니와 추도 예배 _ 124
제4장 가족
합천 해인사와 신혼여행 _ 130
편지 _ 135
현모양처 _ 143
맏이 영빈 _ 148
가족의 추억이 가장 많이 남은 곳, 묵호 _ 154
운전면허 시험 _ 158
배드민턴과 천식 치료 _ 161
아빠찌개 _ 166
아빠가 없을 땐 광빈이가 가장이야 _ 169
가족 여행 _ 174
엄한 아빠 _ 181
3무(無) 정책 _ 186
제5장 중년과 일
빽 없는 놈, 믿을 건 성실함 뿐 _ 194
바람 잘 날 없는 직장 생활 _ 203
일본 출장과 샘소나이트 가방 _ 207
프랑스 소매치기 _ 210
서기관 진급 _ 215
구불이 만두와 시안 만두 _ 219
모래 채취업자와 돈 가방 _ 224
감사패와 꽁치 한 상자 _ 228
노무현 대통령과 에코 포트 _ 234
명예퇴직과 마지막 출근 _ 240
태풍 매미 _ 246
건화 입사 _ 253
항만 발전을 위한 새로운 도전 _ 260
제6장 인생 2막
예고 _ 268
장례식 _ 273
소송 _ 278
신이여, 대답하소서 _ 282
명상 수련 _ 289
태워 버린 소원들 _ 295
청첩장 _ 299
사회복지법인, 아름다운 나눔 _ 302
‘어머니’라는 말 _ 309
다시 열린 문 _ 314
제7장 단상들
안수 집사 _ 320
골프 _ 324
시집가는 딸에게 _ 327
캐나다식 교육 _ 330
복지와 세금 _ 335
바쁘다는 핑계 _ 337
누이들에게 보내는 편지 _ 339
지하철 공짜표 _ 342
공무원, 변해야 한다 _ 345
아름답게 떠나야 할 때 _ 347
제8장 송만순을 말하다
들꽃 같은 사람 _ 352
화를 복으로 바꾸는 남자 _ 354
그 제자에 그 아버지 _ 356
기가 막힐 웅덩이와 수렁들 _ 359
숨바꼭질 _ 362
저자소개
책속에서
“아빠, 차 사고가 났어요.”
떨리는 딸아이의 목소리였다. 그때까지도 나는 가벼운 접촉 사고일 거라고 생각했다. 아들, 광빈이의 결혼식을 앞두고 가족끼리 떠난 중국 여행이었다. 가족 여행이었지만 지인의 제안으로 골프 모임이 만들어졌고, 나는 지인들과 막 운동을 마치고 나오는 길이었다. 나를 뺀 가족들은 항주로 일일 투어를 나갔다 돌아오는 길이었다.
영빈이는 울먹이고 있었다. 황급히 사고 현장으로 달려갔다. 사고 현장까지 차로 한 시간 반 정도의 거리. 가는 내내 별일 아닐 거라고, 가벼운 접촉 사고일 거라고 주문처럼 외우고 있었다. 그렇게 막연한 불안감에 시달리기를 한 시간. 영사관에서 전화가 왔다. 불길했다.
“송만순 씨입니까? 아드님과 막내따님이 현장에서 사망하셨습니다.”
이게 무슨 소리인가? 너무 담담한 어조로 내 아이들의 사망 소식을 전하는 영사의 목소리에는 현실감이 없었다. 가슴 한쪽이 무너지는 소리를 들었다. 그 사실을 받아들인다는 것이 두려웠다. 그것을 인정하는 순간, 두려움은 현실이 되고 마는 것이다. 거부할 수 있을 때까지 거부해 보자. 아니, 실은 아무 생각도 안 났다.
“다행히 큰따님은 경상입니다. 사모님은 상태가 위급해서 수술 중입니다. 병원으로 가십시오.”
이런 상황에서도 ‘다행’이라는 말을 할 수 있을까? 무슨 정신으로 병원까지 갔는지 모르겠다. 병원에 들어서서 큰딸 영빈이부터 만났다. 영빈이는 머리를 몇 바늘 꿰매는 정도의 가벼운 부상인 듯했다. 그래, 다행이다. 정말 다행이다. 아내는 수술 중이었다. 수술실 앞에서 무슨 생각을 했는가? 아내마저 잘못되기라도 한다면 이 엄청난 현실을 나 혼자 감당할 수 없을 거 같았다.
“당신 살아야 해. 당신 없이 나 혼자서 이 어려운 현실을 어떻게 견뎌. 너무 벅차고 힘들어. 당신 반드시 살아야 해!”
살아만 있어 달라고, 아니 반드시 살아야 한다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하지만 내 기도도 무색하게 아내는 수술 중 저세상으로 떠나고 말았다. 사고가 얼마나 참담했는지 의사들이 아내를 보지 못하게 막아섰다. 막무가내로 들어선 수술실…….
아내는 망신창이가 되어 누워 있었다. 아내를 붙들고 울부짖었다.
“당신 왜 이러고 있어. 얼른 일어나 집에 가자.”
아내를 불렀다. 환청이었는지 아내가 “응, 응.” 대답을 했다. 의사들을 붙잡고 간청했다.
“이것 보세요. 이 사람, 아직 살아 있어요. 대답하잖아요. 다시 한 번 봐주세요.”
다리에 힘이 풀리면서 정신을 잃은 것 같다. 과부하에 걸린 전깃줄에 퓨즈가 나가는 것처럼 팽팽하게 당겨진 내 신경 줄이 뚝 하고 끊어졌다. 이런 순간 정신줄을 놓을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그렇게 까무러치지 않았다면 그 순간의 고통을 어떻게 견뎌 냈겠는가? 아, 이게 꿈이었으면…….
그러나 다시 눈을 떴을 때 고통스런 현실에 고스란히 직면해야 했다. 병원에서 본 아들과 딸의 시신은 말 그대로 처참했다. 사고 수습이 제대로 되지 않아 사고 당시 흘린 피가 그대로 말라붙어 있었다. 저기 저렇게 주검으로 누워 있는 게 정녕 내 아이들, 내 아내란 말인가? 30년 가까이 나에게 행복과 즐거움을 주었던 내 아이들, 반평생을 내 수족처럼, 내 일을 제 일처럼 챙겨 주던 살뜰한 내 아내, 그들이 왜 저기 누워 있는 것일까? 모든 것이 그냥 나쁜 꿈이었으면. 악몽에 시달리다 눈을 떴을 때, 평온한 내 집 거실이고 아이들은 TV를 보고 있고, 나는 식은땀을 닦으며 ‘휴우’ 하고 안도의 한숨을 쉰다. 정말 그럴 수만 있다면…….
-'프롤로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