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62531695
· 쪽수 : 272쪽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_ 04
팬 _ 08
노미네 문간방 _ 18
마지막 패 _ 49
물귀신 _ 70
목숨 _ 87
행복한 남자 _ 102
다슬기 잡이 _ 131
놈팽이 _ 154
희망 _ 181
정 노인의 논 _ 194
떠나가는 길 _ 209
고결한 비상 _ 229
김명희의 소설 세계/신변소설과 하이브리드·유한근_ 254
저자소개
책속에서
막 솟아오른 태양이 간밤의 무서리를 녹이기 시작할 때, 아버지와 당숙과 나는 산 밑까지 나 있는 농로를 걷고 있었다. 늘 입던 옷차림에 점심 도시락을 챙겨 들고 가까운 산을 찾아 나선 그냥 가벼운 소풍 길이었지만, 아버지로서는 큰맘 먹고 잡은 하루 일정이었다. 모든 농부들이 그러하듯, 아버지는 언제나 일 속에 파묻혀 마냥 바빴다. 그리하여, 가까운 앞산으로 마음먹고 소풍 한 번 가는 일조차도 먹고 살 걱정 없는 부자들 아니면 철부지 아이들한테나 해당되는 사치쯤으로 여겼다. 객지에서 공부하는 자식들의 학비며 하숙비를 마련하는 일은, 가난한 아버지가 떠안은 최대의 과제이며 보람이기도 했다. 아버지의 생활은 그저 쉼 없이 고달픈 노동의 연속이었다. 그러다 보니, 일이 좀 뜸해져도 동네 사랑방이나 잠깐씩 기웃거려 보는 게 고작이지, 하루 날 잡아 놀이를 떠나는 일 따위하고는 도무지 인연이 없는 것처럼 보였다. 그 아버지의 뜻에 따라, 무릎이 불편한 어머니를 제외한 우리 세 사람은 길을 나섰다. 아침 해가 둥실 얹혀 있는 동쪽 산을 바라고, 텅 빈 논벌과 김장 채소밭과 억새 숲 사이를 걸어갔다. 별 말이 없으나 잔잔하게 유쾌한 기분 속에, 느리거나 빠르지 않은 보통의 걸음걸이로.
“인제 가을일도 엔간히 마무리가 된 것 같으니, 동생이랑 함께 산에나 한 번 댕겨와야겠네.”
_<행복한 남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