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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과학소설(SF) > 한국 과학소설
· ISBN : 9788963196336
· 쪽수 : 168쪽
· 출판일 : 2025-03-10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하늘 위 공중 호텔
또 다른 세계
첫 번째 기억 여행
기억 버튼 리트리벌 큐
수상한 제안
어떤 기쁨과 슬픔
마스터 룸
감춰진 비밀
한 가지 방법
섬광 기억
에필로그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30여 분 동안 비행기는 가파르게 올라갔다. 45도 정도 기울어진 기체는 긴 시간 불안정한 상태였다. 나는 흔들리는 몸을 고정하기 위해 몇 번이나 벨트를 확인했다. 기억 여행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중 호텔은 땅으로 내려오지 않고 계속해서 날아다니도록 설계됐다. 고객은 호텔이 운영하는 전용기를 타고 하늘 위로 올라가야 한다.
“공중 호텔이다!”
호들갑스러운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저게 뭐야?”
거대한 공중 호텔의 모습에 입이 떡 벌어졌다. 그래 봤자 비행기일 뿐일 거라는 막연한 상상이 완전히 깨졌다.
체크인을 기다리는 동안 승객들은 로비 중앙에 마련된 고급스러우면서도 푹신한 의자에 앉아 파란색으로 빛나는 음료수를 마셨다. 파란 음료 안에 들어 있는 흰색 덩어리는 푸른 하늘을 떠도는 뭉게구름처럼 보였다. 신기하게도 한 모금 마실 때마다 구름 모양이 바뀌었다.
“차석준 고객님, 앞으로 나오시겠습니까?”
화려한 실내 장식과 요란한 조명에 조금 경직됐던 나는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에 겨우 정신을 차렸다.
“안녕하세요.”
훤칠한 키에 진한 눈썹, 단정한 입술을 가진 중년 남자가 다가왔다. 친근한 얼굴이었다. 가슴에 달린 짙은 녹색 이름표가 도드라졌다. 거기엔 ‘마스터 한(Master Han)’이라고 써 있었다.
“어서 오세요. 이제부터 퇴실할 때까지 제가 모시겠습니다. 마스터 한입니다.”
마스터? 명칭이 낯설었다. ‘미’스터가 아니라 ‘마’스터라니.
묻지도 못하고 남자를 따라 걸었다. 로비를 빠져나오자 어디선가 바다 냄새가 났다. 대형 스크린에는 바다처럼 보이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쪽으로 와서 앉으세요.”
비닐 소재의 투명한 소파가 반짝였다. 소파는 보기와 달리 몸에 닿는 감촉이 폭신하고 부드러웠다. 마치 사람의 피부처럼 따뜻했다. 누군가의 품에 안긴 것처럼 편안해졌다.
“의사…… 였어요? 마스터님?”
“네. 의사이면서 개발자입니다. 뇌 과학 박사고요.”
마스터 한은 보온병처럼 생긴 주전자에서 차 한잔을 따라 주며 다시 시선을 맞췄다.
“신청서 잘 읽었습니다. 솔직하게 쓰셨더군요.”
기다렸던 말이었다. 아니, 따지고 싶던 말이었다. 신청서 잘 못 쓰면 떨어뜨릴 것처럼 하더니.
“솔직한지 아닌지 어떻게 알아요?”
“받으셨던 액정 카드에 거짓말 탐지 기능이 있었어요.”
“아!”
마스터 한은 자만하는 표정으로 말을 이었다.
“저희 호텔에서는 잃어버린 기억을 찾아드리기도 하고, 과잉 기억을 지우기도 합니다. 물론 고객이 원하는 기억이라면 강화해 드리고요. 신청서는 여행 목적을 설정하는 용도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