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하라

그는 원래 국제거래와 신용장, 금융거래, 어업권 소송 전문 변호사였고 대학에서 강의를 하였다. 그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남겼으니 70여 편의 논문과 판례평석, 12권의 법학 전문 학술서를 발표하였던 것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2011년에 첫 장편소설 ‘사하라’를 발표한 이후 꾸준히 쓰고 있다. 물론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무명작가에 불과할 뿐이다. 그는 무명이다. 그러나 비존재 (non-?tre)는 아니다. 다만, 그의 삶 자체가 속물적 일상과 미학적 감수성이 뒤섞여 있어서 약간 고독하고 은밀하기는 하지만 그저 평범한 사람은 아니다. 자기만의 세계에 몰입해 있는 자폐적이고 독특한 개성을 가진 복합적인 인물이다. 어차피 누구나 인간의 얼굴, 내적 정체성은 다차원적이고 여러 층위를 가지고 있으니까. 그는 지독한 현실주의자이면서 범신론자로서 신들과 영혼의 불멸성을, 선과 악은 적이 아니라 같은 편이라고 철썩 같이 믿고 있다. 그리고 해독할 수 없는 잔인한 운명을 순수히 받아들이는 운명론자이다.(이건 술에 취해서 스스로 자신을 평가한 것이니 객관성이 결여되어 있다.) 하여간에 그는 독한 술을 너무 좋아한다. 알코올은 그에게 위안인 동시에 그 자신에게 내리는 지독한 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