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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651453
· 쪽수 : 22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5
1장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5월에 떠나는 소풍 15
장미의 향 20
어느 화교華僑의 결혼식 26
메이화梅花 31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36
6월이 오면 생각나는 사람 41
9월의 멋진 날 47
치파오旗袍 51
폭죽 소리 57
2장 꽃샘바람이 불어오면
꽃샘바람이 불어오면 65
만터우饅頭 70
인천 차이나타운 75
짜장면과 옛 추억, 그리고 에피소드 80
추억의 맛, 사는 맛 86
오후의 단상斷想 90
호수공원의 해바라기 94
달콤한 비밀 99
3장 주니핑안祝你平安
대만臺灣, 중화민국이라는 나라 115
빙씬冰心과 옌타이煙台 120
주니핑안祝你平安 125
휴식 같은 바다 130
산산조각 134
생명의 조건 138
속단續斷은 금물 143
어떤 만남 148
월병月餠 153
4장 양귀비꽃 피고 지면
아버지와 탕후루糖葫芦 161
양귀비꽃 지고 나면 168
짜장면의 후예들 174
수인선水仁線 협궤열차狹軌列車 179
수려선水驪線 기찻길과 아까시향 184
왕王서방 연서戀書 190
돌잔치 197
조카에게 주는 선물 203
글쓰기 210
서평(신용철·경희대 명예교수) 215
저자소개
책속에서
서문
1978년 한국인 초등학교에 입학하여 등교하던 날이 떠오른다. 우리 어머니는 나에게 중국인이라 말하면 안 된다고 하셨다. 나는 중국이라는 나라가 뭔지 한국이라는 나라가 뭔지 몰랐다. 여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화교라는 신분을 숨기며 살아온 나의 세월들은 어디로 갔을까? 그런 아픔조차도 아련한 추억처럼 그리움으로 남았다.
사는 건 다소 불편하고 힘이 들었지만, 한국 땅에서 화교로 태어나서 행복했다. 어차피 인생이란 고통의 연속이요, 견디기 힘든 슬픔과 아픔 속에서 인간의 삶은 지속되는 것이니까. 모양새만 다를 뿐 어느 누구의 삶을 들쳐본들 다 그렇게 살아가는 거니까.
나는 이제 어딜 가나 화교라고 당당하게 신분을 밝힌다. 그런데 한 가지 문제가 생겼다. 1992년 한·중 외교가 수립되기 전까지는 화교라 소개하면 “그렇구나!”라고 한국인들이 받아들였는데, 중국동포들이 늘어나면서부터는 중국에서 돈 벌러 온 조선족으로 착각한다는 거다. 나를 대만에서 건너 온 대만인이라 여기는 한국인과 시비가 붙은 적도 있었다. 내 말이 옳지 않다는 것이었다. 그럼 나는 가짜 화교인가요? 라고 반문을 하였더니 의아해하며 묘한 표정을 지었다. 역사적인 특수한 배경을 지닌 화교의 삶을 잘 이해하지 못한 결과였을 것이다.
1882년 임오군란을 기준으로 재한화교의 역사는 130년을 넘어섰다. 수많은 선대의 화교 어르신들이 고향 땅 한 번 밟아보지 못한 채 삶을 마감했다. 얼마 남지 않은 화교들은 자식들에게만큼은 한국 국적을 취득시켜 준다고 한다. 한국 땅에서 삶의 뿌리를 내리고 살아가야 한다는 확실한 증거가 아닐까? 이렇듯 또다시 130년이라는 세월이 흘러간다면 재한화교의 후손들은 완전한 한국인으로 동화되어 내가 모르는 옛적에 선조들만이 중국에서 건너온 것일 뿐, 완벽한 한국인으로 살아갈 것이다.
역사는 연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이어질 듯 끊어지고 끊이질 듯 다시 이어지는 것이라 생각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대부분은 한국 땅에서 형성된 재한화교의 역사와, 원적은 중국 본토이지만 중화민국(中華民國, 대만성)의 재외국민으로 살아올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삶을 보다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다루었다. 1992년 한·중외교 수립 이후 한국으로 유입해 온 중국동포들과는 또 다른 의미의 중국인 집단으로 형성된 역사와 사회적 배경이 다르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다.
또 한 번의 삶의 기회가 주어진다 해도 한국 땅에서 화교로 태어나고픈 바람이다.
- 5월의 어느 날 한국화교 우매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