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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651507
· 쪽수 : 486쪽
책 소개
목차
서문 · 5
1995년 · 11
1996년 · 161
1997년 · 277
저자소개
책속에서
| 이 책을 읽는 분에게 |
지난날 그때그때의 감정의 표현과 기록을 여과하지 않고 그대로 옮겨놓았다. 토씨도, 콤마마저도 가능한 고치지 않았다. 내 개인사를 그대로 초잡아 본 사초私草다.
작품도 전기도 명상록이나 참회록 같은 것도 아니다. 독백을 곁들인 자료모음 같은 것이다.
나는 언제부터인가 삶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생각했다. 사마천은 갖은 고행을 무릅쓰고라도 살아서 역사를 남기기 위해 끈질기게 생명을 유지하면서 천하의 명문인 역사서 《사기》를 쓰지 않았는가. 쓰잘데기 없는 개인사라도 써가면서 세상의 변화를 맛보고 삶의 주변들의 인간사를 보면서 살아왔다. 선한 자와 악한 자의 삶을 보면서 사는 것도 많은 교훈이 되지 않겠는가. 그러면서 후손들에게 귀감이 되는 삶을 몸소 보여주겠다는 노력을 하자.
내가 글을 쓰는 것은 배설이다. 일어나 아침을 먹고 점심과 저녁을 먹기 위해선 배설이 필수적이다. 나의 육체적 정신적 배설을 위해 글을 쓰면서 카타르시스를 해결하였다. 특히 일기에서는 누구하고나 사랑할 수 있고 욕할 수 있고 칭찬할 수 있고 모략할 수 있어 좋다. 자신의 역사를 착하고 아름다운 채근담이나 명심보감이나 불경이나 성서의 명구를 바탕으로 이상향을 만들어보려고 무단히 노력하였다. 그러나 자신이 원하는 그대로 잘 살아오지 못했다.
오히려 그 반대로 증오와 원망과 회한으로 얼룩진 경우가 많다. 내가 써놓은 사초도 대부분 그런 관념적 유희에 빠져있는 무척 속물스러운 기록인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대로 버리기에는 정과 연륜 같은 것이 묻어있어 팽개쳐버리지 못하고 만지작거리고 떠들쳐 보고 읽어보면 나와 같이 자라온 육신 같은 것이다. 지난날의 사진이나 연하장, 쪽지 한 장에도 내 살아온 흔적이 묻어있고 옛것을 읽고 보다보면 재미도 있고 한편 뉘우침과 수양도 되는 것 같다.
그러나 염려스러운 것은 혹이나 타인에게 상처를 주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그 두려움 때문에 한없이 망설이고 있다. 그러나 그 망설임을 떨쳐버리지 않으면 남기고 싶은 내 삶의 흔적을 깡그리 없애버려야 하기 때문에 만용을 부려보는 것이다.
톨스토이가 〈이반 일리치의 죽음〉에서 말한 것과 같이 “내가 살아온 모든 삶이, 내 생각과 행동이 내가 옳다고 생각했던 바로 ‘그런 것’이 아니라면 어떻게 하지? 하는 의심이 들면서부터 시작되었다고 한다. 그가 살아온 인생이 잘못된 것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전에는 전혀 생각지 못했다. 그러나 이제 그것이 진실일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고 술회하였다. 그러나 나는 원래부터 나의 삶이나 행동이 올발랐다기보다 항시 비틀어지고 뒤틀렸다는 자괴감 속에 살아왔다. 지금도 내가 살아온 삶이 올곧지 못했다고 자성하고 올바르게 살아야 한다고 다짐하면서도 결과는 항시 후회투성이였다.
한편, 이것이 내 개인사요 가족사이기에 자식과 손자녀에게 남기고 싶은 애비와 할애비의 유산이기도 하다. 이것을 바탕으로 2011년 9월 발행한 《한 출판인의 자화상》의 속편으로 1970년대 초 한국출판계에 들어온 후의 자서전을 정리하기 위한 자료모음으로 엮어보았다. 이 책을 접하신 분이 계시다면 많은 힐책과 조언을 부탁드리는 바이다. (- 저자의 서문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