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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07389
· 쪽수 : 26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눈에 악의를 가득 담은 두 사람이 나를 협공하고 있었다. 손을 쓰면 안 된다는 게임의 법칙 따윈 안중에도 없었다. 이들은 나를 밀쳤고, 내가 중심을 잃자 다이애나가 달려들었다. 하지만 수잔 선생은 시종일관 이들의 위반 행위를 못 본 척하고 있었다. 토비아스는 더욱 공격적으로 내 뒤를 밟았고, 세바스찬과 빅터, 실리만이 우리 뒤에서 우아하게 서 있었다. 세바스찬은 실리의 풍선을 가볍게 건드리듯 그녀 주변에서 춤을 추고, 실리는 머리카락을 흩날리며 혼자만 다른 그림 속에 있는 사람인 양 여유롭게 웃고 있었다. 이때 갑자기 빅터까지 공격에 가세했다. 나는 세 사람에게 둘러싸여 있었다. 더 이상 게임이 아니다. 두 녀석의 아르마니 스웨터에 짙게 밴 난폭한 땀 냄새가 그것을 말해주고 있었다. 둘은 서로의 역할을 바꿔가며 번갈아 공격 명령을 내렸다.
“왼쪽을 파고들어. 그러면 내가 잡을게.”
내 발에 타격을 가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려 나를 정신없게 만들었다. 하지만 세바스찬과 실리는 여전히 여유롭게 춤을 추고 있었다. 아무도 감히 그들의 풍선을 건드리지는 않으니까. 실리가 나를 향해 조롱의 미소를 던졌다. 우월에 가득 찬 미소였다. 절망적이었다. 방어도 한계에 다다랐다. 이제는 유일한 길은 공격뿐이었다. 나는 순간 달아나듯 몸을 빼, 재빨리 세 발자국 앞으로 옮기며 실리를 향해 돌진했다.
난 다시 완벽한 람보로 변신했다. 그리고 숲으로 매섭게 돌진해 들어갔다. 내 정맥은 붉은 피로 끓어오르고 있었고, 내 온몸의 감각은 최상의 상태였다. 왼쪽으로 기울여서, 배를 바닥에 딱 붙이고 평평하게 몸을 뉘였다. 페인트 봉지를 내 뒤에 두고 시야를 확보했다. 그런 다음 숨을 죽이고 침착하게 페인트 폭탄의 고무테이프를 제거했다. 이제 페인트 폭탄은 던지기 더욱 용이해졌다. 핸드볼을 더 열심히 연습하지 못한 것이 이렇게 한이 될 줄이야!
엄마와 아빠를 슬프게 했다는 사실에 정말 많이 미안했다. 그리고 겁이 난다. 이제 두 분은 많은 시간이 지나도 내가 혼자 있게 될 때마다 또 자살을 하지나 않을까 불안해하게 되었다. 멀리 나갔다가 돌아올 때, 내가 피를 흘리며 누워 있는 모습을 발견하게 되지 않을까 조마조마할지도 모른다. 두 분께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드렸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럽다. 그럴 생각은 아니었는데. 지금으로서는 어찌할 방도가 없는 것 같아 안타깝다. 시간을 며칠 전으로 되돌릴 수 있다면, 내가 한 일을 없던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면…….
물론, 그런 방법은 없다. 난 내가 한 일을 안다. 내게는 내 삶에 대한 책임이 있다. 나는 계속해서 그 책임을 짊어지고 걸어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꽤 강한 힘이 솟아나는 느낌이다. 마침내 내가 저지른 일에, 이 상황들에 집중하고자 하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갖게 된 느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