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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91192836607
· 쪽수 : 188쪽
책 소개
목차
플랜B의 은유
내일의 우리
너와 그곳에서
고백
환한 밤
첫여름
Freely in the closet
작가의 말
추천의 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금은 무엇도 자신이 없었다. 하지만 그런 건 나중에 생각해 보기로 했다. 플랜 B 이모의 말처럼 플랜 A도 B도 C도 다 실패하는 게 인생이라면, 거창한 계획 따위 조금 미뤄 봐도 좋지 않을까 싶었다. 아직은 충분히 흔들려도 될 만한 시간이 있으니까. 그리고, 더없이 환하게 웃던 플랜 B 이모를 보며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다. 그 모든 계획들이 실패하더라도 일상은 또 다른 반짝이는 순간들로 채워진다는 것. 은유는 이미 오래전에 그걸 배운 것 같았다.
언제 돌아왔는지 엄마랑 플랜B 이모가 저만치 마중 나와 손을 흔드는 모습이 보였다. 우리도 번쩍 손을 들고 마구 흔들었다. 드리워진 어둠 속에서도 잘 보이도록. 까마득한 앞날은 밤바다처럼 캄캄하고 막막해서 무엇도 확신할 수 없었다. 다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서로가 너무 오래 헤매지 않도록 단단하게 손을 붙들어 잡아 보는 것 정도겠지. 내일이 어떻게 흘러갈지는 아무도 알 수 없다. 나는 그 알 수 없는 것들에 대해 너무 오래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플랜B의 은유」
아무도 나를 가두지 않았다. 그러므로 나는 어디로든 갈 것이다.
나는 똑바로 거울을 봤다. 거울에 비친 나는, 그냥 나 같았다.
―「내일의 우리」
애써 귀를 기울이지 않아도 서로의 목소리가 들릴 만큼 주위가 잠잠해지자 선배가 우뚝 걸음을 멈췄다. 축제장과 멀어진 만큼 사방은 순식간에 캄캄해졌다. 화려하던 인공조명의 불빛 대신, 날벌레 떼가 몰려들어 어둑해진 가로등의 빛만이 은은하게 번졌다. 가만한 파도 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한 곳을 찾으려던 것 같은데 막상 사위가 고요해지자 선배는 더 당황한 듯 보였다. 매번 마땅한 말을 고르지 못해 절절매던 나처럼 쩔쩔매는 선배를 보자 조금씩, 아주 조금씩 심장이 쿵쾅대기 시작했다. 멀미가 날 것 같았다.
“있지, 사실 줄 게 있는데…….”
―「첫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