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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1

바람 1

홍수연 (지은이)
  |  
파란(파란미디어)
2011-03-15
  |  
12,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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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1

책 정보

· 제목 : 바람 1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로맨스소설 > 한국 로맨스소설
· ISBN : 9788963710198
· 쪽수 : 496쪽

책 소개

<눈꽃>, <불꽃>, <정우>의 작가 홍수연의 로맨스 소설. 오랜 시간 한 남자만을 꿈꾼 여자. 어떤 장소에서 어떤 모습으로 만났어도 결국 한 여자만을 사랑한 남자. 파리, 시드니, 그리고 서울을 오가며 그들은 성장하고 사랑한다. 대한민국 재계 서열 1위 서강그룹을 배경으로 경영권 승계와 절대 권력을 둘러싼 치열한 다툼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목차

프롤로그

봄바람
여름바람
가을바람
겨울바람
다시, 봄바람

작가 후기

저자소개

홍수연 (지은이)    정보 더보기
온라인 필명 derby. 출간작 : 《눈꽃》, 《불꽃》, 《정우》, 《바람》, 《파편》
펼치기

책속에서

서진이 기억하는 행복은 언제나 짧았다. 그게 옆에 있었는지도 모르게 그냥 눈 깜짝할 사이에 날아가 버리곤 했다. 그런데 어떤 행복들은 시작도 하기 전에 아픔으로 변해버리곤 하나 보다. 예상치 못한 순간에, 느닷없이. 아니, 어쩌면 예상했던 순간에.
숲 냄새가 가득한 그 공기 사이로 그의 낮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난 결혼해. 내년 4월에.”
서진의 발걸음이 가로등 아래에서 멈춰 버렸다. 다리가 후들거리고 가슴이 철렁했다. 그를 올려다보지도 못하고 서 있었다.
역시……, 그랬구나.
옅은 꽃향기가 어지럽게 흩어졌다. 현기증이 밀려왔다. 서진이 그의 발끝을 내려다보며 서있는 동안 다시 차분한 그의 말이 들렸다.
“그런데……, 널 원해.”
잔인하고, 부당하고, 솔직한 고백.
유원이 결혼을 포기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아예 꿈도 꾸지 않았다. 약속을 깰 만큼 유원은 무책임하지 않다.
서진이 고개를 들고 그를 응시했다.
“……그럼 나하고 이런 건 뭐예요?”
마주치던 눈빛, 애틋한 키스, 따뜻한 웃음, 그건 무엇이었을까.
한동안 생각하더니 유원은 어깨를 으쓱했다. 눈빛이 차고 덤덤했다.
“글쎄……. 바람, 같은 것.”
서진은 멍하니 그를 올려다보았다.
‘바람.’
행성이 궤도를 이탈하게 했던 그 바람. 가야 할 길인데, 다시 그 궤도에 돌아오지 못하게 밀어 버렸던 바람. 가벼워서 어디든 갈 수 있지만, 머물지는 못하고 어느 날 훌쩍 다시 떠나 버리는 바람.
또는 어떤 일이 이루어지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
그 두 가지가 아니라면, 정해진 상대를 놔두고 다른 사람과 잠시 함께하는 일.
세 번째일 거라고 서진은 생각했다. 약혼녀를 두고 잠깐 마음이 흔들리는 일 같은 것.
무얼 바라는지, 어떤 제의를 하는 건지 모를 만큼 그를 몰랐다면 차라리 편했을 것이다. 무언가 아까워서가 아니었다. 아무것도 아깝지 않았다. 그에게 여자로서 함께 있을 수 있는 마지막 기회라는 것을 예감하고 있었다.
지금, 같이 있지 못한다면 평생 후회하겠지. 결혼하고 난 이후에는 다시 보지도 못할 테니까. 다시 태어나도 유원은 먼 사람뿐일 테니까.
유원이 여전히 그녀의 대답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를 그리워만 하던 어린 시절엔, 잠들기 전 손을 모아 그 뜻도 알 수 없는 기도들을 하며, 어쩌면 모든 꿈이 이루어질지 모른다는 희망을 갖기도 했었다. 하지만 성장하며 유원이 현실적으로 얼마나 먼 사람인지 알아가면서는 그들 사이에 이루어질 수 있는 최선은 이 결론 외에 없다는 것을, 체념처럼 깨닫고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떠오르는 건 서연희라는 세 글자. 어딘가에서 그를 기다리고 있을 아름다운 약혼녀.
서진은 차분히 그의 눈길을 받아내며 조용히 대답했다.
“그건……, 안 되는 거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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