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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좋은부모 > 육아/교육 에세이
· ISBN : 9788963720470
· 쪽수 : 252쪽
책 소개
목차
서문
1장_ 나는 어떻게 그토록 급진적인 사고 체계를 갖게 되었는가
2장_ 연속성 개념
3장_ 삶의 시작
4장_ 성장
5장_ 가장 중요한 경험의 박탈
6장_ 사회
7장_ 연속성을 되찾는 방법
리뷰
책속에서
아기를 어떻게 대해야 할지를 결정하는 것은 이성의 영역이 아니다. 호모 사피엔스의 모습을 갖추기 훨씬 오래전부터 우리는 육아와 관련해 더없이 정확한 본능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우리는 이 오랜 지식을 철저히 무시해왔고, 지금은 아예 연구자들까지 전임으로 고용해 우리 아이들을 대하는 법, 나아가 우리 자신에 대한 태도까지 맡기기에 이르렀다.
이른바 ‘선진국’에서는 출산을 앞두고 육아 책을 사들이는 것이 관행이다. 아기가 울면 그 어린 가슴이 미어지다 못해 포기한 채 감각이 무뎌져 결국 ‘착한 아기’가 될 때까지 내버려두는 게 아마도 새로운 유행이지 싶다. 아니면 어머니가 마음이 내키고 또 달리 해야 할 일이 없을 때만 아기를 안아 올리거나, 최근에 나온 어느 철학 이론의 주장대로 아주 필요한 경우 외에는 멀찍이 떼어놓은 채 공허한 눈길을 빼고는 그 어떤 표정도, 그 어떤 기쁨도, 그 어떤 미소도, 그 어떤 찬탄도 보여주지 않아 아기를 감정의 진공 상태에 빠뜨리는 게 새로운 유행이거나. 무엇이 유행이 됐든 젊은 엄마들은 자신의 타고난 능력은 깡그리 무시한 채, 아직은 완벽하게 분명한 신호를 보내는 아기의 ‘동기’도 깡그리 무시한 채 책을 읽고 그대로 따른다. 그리하여 언젠가부터 아기는 어머니의 손에 사라져야 하는 일종의 적이 되고 말았다. 아무리 울어도 아기에게 누가 서열이 높은지를 보여주려면 무시해야 하고, 무슨 일이 있어도 아기가 어머니의 바람에 순응하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 관계의 기본 전제다. 아기의 행동이 ‘일’을 만들거나 시간을 ‘낭비’하거나, 그 외 불편을 초래하면 불쾌한 기색이나 비난 등 애정의 철회를 나타내는 신호를 보여야 한다. 아기의 욕구를 무작정 들어주면 아기를 ‘망칠’ 뿐이므로 아기를 얌전히 길들이거나 사회화하려면 그런 욕구를 무시해야 한다는 생각이 팽배하다. 사실 어느 경우든 역효과만 내는데도 말이다.
예콰나족 사이에서는 누가 누구의 주인이라는 개념이 없다. 다시 말해 ‘내 아이’나 ‘당신 아이’라는 생각이 존재하지 않는다. 상대의 나이가 몇 살이든 어떤 일을 억지로 시킨다는 말은 예콰나족 행동 사전에는 없다. 흥미롭게도 그 누구한테서도 다른 사람을 억압하려는 충동은 둘째 치고 영향을 미치려는 충동조차 찾아볼 수 없다. 아이의 의지는 곧 아이의 동인이다. 예콰나족은 아이가 신체적인 힘이 열등해 어른에게 기댈 수밖에 없다고 해서 아이를 어른보다 덜 존중해도 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무리 어른이라고 해도 노는 방법, 식성, 잠자는 시간 등과 관련해 아이의 성향을 거스르는 지시는 내리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