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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63720609
· 쪽수 : 144쪽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문득 옆에 있는 화분에 나 있는 풀에 햇살이 비쳤다. 왠지 그 풀만 주변 풀하고 분위기가 다르다. 꽃이 핀 것도 아니고 하트 모양 잎이 나 있을 뿐인데 줄기가 꼿꼿하고 잎도 펼치고 있었다.
옆에 있는 화분을 보니 잎 모양으로 봐서는 같은 종류인 것 같은데 줄기가 쓰러지고 잎은 시들어 축 늘어져 있다. 꼿꼿한 풀은 내가 앉은 바로 옆에 있는 화분뿐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걸까. 여기만 비가 온 걸까. 그때, 문득 어제 종이컵에 남은 물을 끼얹고 갔던 일이 떠올랐다.
쇼지는 말이 없었다. 불길이 잦아들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재 위에 꺼질 듯한 불꽃만 남았다. 나는 쇼지의 상자를 보았다. 상자는 땅바닥에 내동댕이친 충격 때문인지 불길이 꺼져 있었다. 나는 일어나서 상자를 주워들어서 불 속으로 던졌다. 상자에 불이 붙으면서 다시 환한 불길이 솟아오르기 시작했다.
“이제 상자는 필요 없어. 오와다가 말했듯이 지금 쇼지를 놀릴 사람은 없으니까.”
쇼지가 보일 듯 말 듯 고개를 끄덕였다.
“……식물을 큰 화분에 옮겨 심으면 갑자기 커집니다. 그걸 보고 늘 생각했습니다. 큰 화분에 옮겨 주기 전까지는 작은 화분에 맞게 답답한 상태로 살아 있었구나 하고.”
꽃잎을 살짝 잡아 보았다. 얇고 부드럽고 촉촉하다.
그대로 잡아당겨 보았다. 꽃잎이 찢어질까. 시험하듯 더 세게 잡아당겼다.
하지만 페튜니아는 꽃잎을 따라 줄기가 휘어질 뿐이다. 손가락을 떼자 원상태로 돌아간 꽃은 꼿꼿하게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었다.
이 녀석, 허약한 성질이 아니네. 그렇다고 절대 불굴의 강자도 아니다. 필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