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63720760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13-01-17
책 소개
목차
머리글 아이들은 제 힘으로 자란다 - 구자행
1부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 - 황금성
스승의 날 선물 - 이상석
아침 교문에서 - 원종찬
이 새끼 불량품이야 - 김명길
고3 학생은 사람도 아니다 - 김명길
학교에서 쓰면 안 될 말 - 김명길
콘돔 사건 - 구자행
특별 상담 - 구자행
아이들과 함께한 봉사 활동 - 구자행
부끄러운 이야기 - 김상기
호식이 이야기 - 김제식
가정 방문 간 이야기 - 정유철
조디 - 정유철
백일장 - 구자행
부자들은 죽었다 깨어나도 못 느끼는 - 이상석
2부 달팽이
우리 반 민경이 - 이무완
미경이 - 탁동철
성준이 - 김광견
지훈이 - 이정석
아기를 업고 공부한 정임이 - 윤태규
민희 이야기 - 이주영
포도 두 송이 - 김현숙
재진이의 눈물 - 서정오
민지와 오빠 - 이데레사
형범이 - 김숙미
비 오는 미장원 놀이를 하는 유경이 - 김은주
친구 없는 미영이와 그림책 《알도》 - 강승숙
건형이와 함께 공부하기 - 강삼영
우리 반 창훈이 - 임기연
주은이와 - 김은주
마음을 바꿨어요 - 김숙미
용훈이의 두려움 - 이정호
선생님, 인사! - 공정현
몹쓸 짓 - 양정아
불편하다 - 신경혜
유진이 엄마 되기 - 양정아
일용이 - 김경해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 - 김은주
미영아, 꿋꿋하게 살고 있제? - 박선미
세희 - 김경해
수민아! 이제 친구들하고 놀아 - 김숙미
나는 우는 것들을 사랑하고 싶다 - 김구민
달팽이 - 이승희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추석을 얼마 앞두고 남수는 여러 날 조퇴를 했다. 첫날, 할 말이 있다고 하면서 조심스럽게 말했다.
“뒷산 상수리를 따서 팔아 그 돈으로 이번 추석 날 할아버지에게 내복 한 벌 사 드리고 싶어서요..”
아침 일찍 일어나 뒷산에 올라가 따고 저녁에는 해가 짧아 조퇴하고 가서 땄다. 여러 날 걸려 두 자루 가득 땄다고 했다. 드디어 장날, 그걸 팔아 할아버지 내복 산다고 일찍 집으로 갔다. 다음 날 아침 만나자마자 할아버지께 내복 잘 사서 드렸냐고 물으니 갑자기 얼굴을 찡그리며 아무 말도 안 하고 고개만 푹 숙였다.
“왜?”
“어제 집에 가 보니 항아리에 넣어 둔 상수리 자루가 없어졌어요.”
아니, 그걸 누가 가져갔을까. 사정이 이랬다. 오늘 학교 와서 친구들 얘기를 들으니, 자기와 한동네에 사는 아이가 장날 학교에 안 오고 몰래 자기 집에 가서 상수리를 훔쳐 갔다는 거다. 그걸 팔아 돈 마련해서 서울로 떴다고 했다. 내 앞에서 눈물을 줄줄 흘리며 울었다. 하도 딱해 “그럼 내가 내복 한 벌 사 줄 테니 그걸 드려라” 하니 싫다고 했다. 결국 남수는 다시 며칠 동안 상수리를 따서 할아버지께 내복을 사드렸다. 할아버지는 그날 내복을 받고 우셨다고 일기에 썼다.(17~18쪽, ‘지금도 나를 가르치는 아이’에서)
“와 씨발년아, 나는 위아래도 없다. 나는 찌질이라서 위아래도 없어서 그렇다. 와 씨발, 진짜 재수 없다.”
어제 할머니 왔다 간 뒤로 마무리 잘해서 어째 좀 잘해 보려다 더 망치고 있다. 아 손발에 힘이 빠진다. 호민이는 씩씩거리며 나를 째려본다. 콧구멍도 벌름벌름하고 주먹을 꽉 움켜쥐고 있다. 기가 차니 헛웃음이 나온다.
“와 쪼개노?”
“왜, 나도 내 마음이다. 벌써 주먹에 힘 빠지냐? 주먹을 더 꽉 쥐지. 힘도 없냐. 날마다 늦잠 잔다고 아침도 안 먹는데 힘이나 있겠냐.”
“내 힘 안 뺐다. 니가 내 마음 다 아나.”
목에 핏발 세워 가며 호민이가 소리를 지른다.
“니 마음 다 알지.”
“말해 봐라. 내 마음 다 안대매. 말해 봐라. 내 마음이 뭔지.”
“알지. 니는 내 좋아한다.”
“지랄하네. 솔직히 말해 주까. 니 진짜 재수 없다. 3월에 처음 볼 때부터 니 싫더라. 니 얼굴 볼 때부터 토할라 하더라.”
나를 째려보며 욕을 해 대지만 호민이는 울고 있었다. 독하기로 유명한 호민이가 내게 욕을 퍼부으며 울부짖고 있었다. 주먹을 꽉 쥐고 있지만 주먹이 슬그머니 풀린 채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내게 억지를 부리고 있었다. 이런 호민이를 보고 있는 게 너무 가슴 아팠다.
“호민아, 이제 좀 시원하나.”
함께 고함 빽빽 지르며 똑같이 싸워 대다가 내가 목소리를 낮춰 부드럽게 물었다.
“나 같은 건 이 세상에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240~241쪽, ‘나 같은 건 태어나지 말았어야 했어요’에서)
어제, 학교를 마치고 집에 가니 새엄마는 자기 짐을 다 챙겨서 횟집으로 이사를 가고 없더란다. 살던 집은 나중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면 전세금을 받아 가기로 했단다. 집에서 쓰던 살림붙이나 옷가지는 다 챙겨 가고 미영이랑 오빠 책이며 옷가지만 텅 빈 집 여기저기 흩어져 있더란다.
이제 겨우 열두 살 된 미영이는 그렇게 텅 빈 방에 서서 어땠을까? 그 생각을 하니 또 가슴이 무너진다.
“전화라도 하지, 전화는 와 안 했노?”
“바빠서예.”
“뭐 했는데?”
주인집 아줌마가 다음 주까지만 있으라고 해서 아버지 재혼하기 전에 살던 집으로 가 보았단다. 마침 그 집은 아버지가 달세를 받고 있는 것이 생각이 나더라고.
세 들어 사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서 올 때까지 기다렸다가 집을 빨리 좀 비워 달라고 말하고 왔단다. 집에 돌아와서 아버지 옷이며 오빠 책이랑 옷을 챙겨서 싸는 데도 오래 걸렸단다. 혼자서, 그것도 울면서 울면서 짐을 쌌을 이 아이를 생각하니 숨이 콱 막힌다. 가게에서 라면 상자를 얻어다 짐 다 싸 놓고 보니 어두어져서 그냥 잤다고. 옛날 집을 달세를 놓고 있었던 것이 그나마 다행이라 생각하도 또 마음이 녹아내린다.(249~250쪽, 미영아, 꿋꿋하게 살고 있제?)